“SK하이닉스 HBM 개발 속도, 엔비디아 요구 넘어섰다”

입력 2025-01-10 01:01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8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 컨벤션센터에서 CES 2025에 참가한 SK 전시장을 살펴보고 있다. 연합뉴스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와 만난 뒤 “SK하이닉스의 개발 속도가 엔비디아의 요구를 넘어섰다”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최 회장은 8일(현지시간) 세계 최대 가전·정보기술(IT) 전시회 ‘CES 2025’가 열리는 라스베이거스 컨벤션 센터(LVCC) 내 SK 부스 비즈니스 라운지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황 CEO와의 만남 내용을 전했다. 전날 황 CEO는 최 회장을 별도로 만날 예정이라고 말했다.

최 회장은 올해 엔비디아에 납품할 고대역폭메모리(HBM) 공급량을 확정했다며 SK하이닉스의 개발 경쟁력을 강조했다. 최 회장은 “실무진이 정해놓은 올해 HBM 공급량 등은 다 결정됐고 황 CEO와 그걸 확인하는 시간을 가졌다”며 “그보다 중요한 건, 그전까지는 SK하이닉스의 개발 속도가 엔비디아 개발 속도보다 뒤처져 있어서 더 빨리 개발을 해달라는 게 상대방의 요구였다. 그런데 최근에는 저희 개발 속도가 엔비디아의 요구를 조금 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물론 이게 언제 뒤집힐지는 모르지만 역전의 형태가 일어나기 시작했다”며 “헤드 투 헤드로 서로 개발 속도를 더 빨리하는 것을 하고 있다는 게 HBM에 나온 전체 얘기였다”고 소개했다.

최 회장은 황 CEO와 ‘피지컬 인공지능(AI)’에 대해서도 의견을 나눴다고 전했다. 황 CEO는 지난 6일 CES 2025 기조연설에서 엔비디아의 피지컬 AI 개발 플랫폼인 ‘코스모스’를 처음으로 선보였다. 최 회장은 “한국은 제조업이 강하고 노하우가 많이 남아있다“면서 “황 CEO도 원하는 게 디지털 트윈을 비롯한 피지컬 AI와 최근 발표한 코스모스 플랫폼이 존재하니 그런 것과 연관해서 앞으로 같이 논의하면 좋겠다는 이야기를 나눴다”고 했다.

3년 연속 라스베이거스를 찾은 최 회장은 전시관을 둘러본 뒤 “우리 주변의 모든 기기 안에 AI가 들어가는 게 일상화되고 상식화되는 걸 확인하는 자리였다”고 소감을 밝혔다. 그는 “AI는 좋든 싫든 해야만 한다. 경쟁에서 뒤처지면 반도체·조선·철강 등 그동안 우리가 자랑하던 모든 산업의 경쟁력 약화된다”며 “우리가 필요한 건 스스로 만들어야 한다. 남한테 영원히 의존할 수 없는 상황이 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최 회장은 간담회에 앞서 50분가량 SK와 삼성전자 부스를 둘러봤다. 최 회장은 SK 부스를 돌던 중 전시된 SKC의 글라스기판 모형을 들어 보이며 “방금 팔고 왔다”고 언급하면서 한국 증시에서 관련주가 급등하기도 했다.

라스베이거스=백재연 기자 energ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