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마 묻지 못한 질문 “왜 결혼하세요”

입력 2025-01-10 03:08
게티이미지뱅크

결혼·육아·시댁 혹은 처가 지옥…. 가족 구성원과 갈등을 빚는 상황을 지옥에 빗댄 표현이다. 이들 지옥의 공통점은 그 시작에 남녀의 혼인이 있다는 것이다. 이쯤 되면 진지하게 물어야 한다. ‘인간은 도대체 왜 결혼해 자발적 불행의 길을 걷는가.’


조정민(사진) 베이직교회 목사의 신간 ‘왜 결혼하는가?’(두란노)는 가정의 온갖 상황을 지옥도로 묘사하는 세상에 근원적 질문을 던지는 책이다. MBC 뉴스데스크 앵커 출신 목회자로 각종 방송에서 알기 쉽게 복음을 설명해온 저자는 여러 연예인의 결혼 주례를 맡은 것으로도 유명하다. 지난해엔 개그맨 김기리와 배우 문지인, 유튜버 박위와 가수 송지인 부부의 결혼식에서 주례사를 전했다.


그는 주례 부탁을 받을 때마다 ‘왜 결혼하느냐’는 질문을 떠올렸다가 삼키곤 했다. “결혼을 재고해보란 말을 미처 못했다가 후회한 적도 있었다”고 했다. 저자는 “결혼 제도는 사람이 시작한 게 아닌 ‘하나님의 선물’”이라며 “그 의도와 목적을 명확히 밝히기 위해 이 책을 썼다”고 했다. “결혼의 의도와 목적을 알면 가정은 천국이 되고, 모르면 지옥이 되기 때문”이다.

“…남자가 부모를 떠나 그의 아내와 합하여 둘이 한 몸을 이룰지로다.”(창 2:24) 성경이 언급한 결혼의 기원이다. 자기 형상을 따라 인간을 창조한 하나님은 ‘혼자 사는 것이 좋지 않다’는 이유로 ‘돕는 배필’인 여자를 창조한다. 완벽한 신의 형상을 한 존재에게 왜 도움이 필요할까. “하나님 역시 삼위일체로 존재하며 서로 돕기 때문”이다.(요 17:11)

“하나님이 인간에게 준 첫 번째 제도이자 공동체”인 가정 역시 이상적 운영을 위해 삼위일체의 원리가 필요하다. 하나님을 관계의 주인 삼아 부부가 한뜻으로 협력하는 형태다. 이 원리는 독신에게도 그대로 적용된다.(고전 7:24) “결혼하든 안 하든 중요한 것은 하나님과 함께 사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런 면에서 가정과 교회는 “같은 원리와 원칙으로 운용되는 불가분의 관계”다. 서로가 “그리스도를 경외함으로 피차 복종”(엡 5:21)하고 “자기를 낮춰 죽기까지 복종해 십자가 사랑을 이룬”(빌 2:6~8) 예수의 본을 따르면 우리는 가정과 교회에서 하나님 나라를 이룰 수 있다.

저자가 누차 강조하는 말은 “결혼은 내 행복을 위해 하는 게 아니”라는 것이다. 결혼은 “서로의 허물을 가려주는 ‘아가페 사랑’으로 두 사람의 인격이 성숙해져 가는 과정”이지 자기만족의 수단이 아니라는 의미다. “사랑한다면 져 주라”는 말 역시 자주 한다. 그는 ‘결혼하면 초반에 주도권을 잡아야 한다’는 속설을 헛소리라며 강도 높게 비판한다. “결혼은 어느 한쪽이 일방적으로 굴복시키거나 복종하는 관계는 아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그는 기독교인이라면 배우자에게 “끝까지 져주라”고 권한다. “더 많이 사랑하는 사람이 더 져주는 법이므로 지금보다 더 많이 사랑하고 더 깊이 사랑하는 이가 돼라”는 것이다.

책의 백미는 베이직교회 주일 오후 예배인 ‘아름다운 동행’에서 나눈 질의응답 내용을 모은 ‘QnA’ 부분이다. 각 장 말미에 2~3개씩 실린 질문에는 결혼으로 어려움을 겪는 20~70대 기독교인의 실제적 고민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흥미로운 건 저자가 교회 아닌 가족 위주의 답변을 제시한다는 것이다. 가령 “남편 회심을 위해 17년간 기도했지만 좀처럼 변하지 않는다. 심지어 다니는 교회와 목회자를 비난한다”는 질문엔 “목사를 욕할 때 남편 편을 들라”고 답한다. 부부간 존중에는 논리적 대응이 아닌 공감이 중요하다는 이유다. 제사 문제로 골머리를 앓는 남편에겐 “대원칙은 가족을 우선하되 행사 일을 적극 도우며 개인 신앙에 대한 양해를 차차 구하는 방식으로 접근해 볼 것”을 제안한다.

결혼을 준비하거나 앞둔 이들뿐 아니라 부부 관계에 어려움을 겪거나 새 출발을 고려하는 이들이 새길만 한 내용이 적잖다. 현실에 기반을 두면서도 성경에 충실한 저자의 조언은 평생의 동반자를 꿈꾸는 이들의 선택에 요긴한 길잡이가 될 것이다.

양민경 기자 grie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