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임 대한의사협회장에 김택우(사진) 전국광역시도의사협의회장이 선출됐다. 김 회장은 취임 직후 정부를 향해 “의료개혁을 멈추라”고 촉구했다. 다만 김 회장은 2026학년도 의대 정원에 대해서는 논의 가능성을 열어뒀다.
의협은 8일 서울 용산구 의협회관에서 열린 제43대 회장 선거에서 김 회장이 주수호 미래의료포럼 대표를 꺾고 60.38%의 득표율로 당선됐다고 밝혔다. 지난해 11월 임현택 전 회장 탄핵 이후 비대위 체제였던 의협은 김 회장을 중심으로 새 집행부를 꾸려 2027년 4월 30일까지 의·정 협상에 나서게 된다.
당선 직후 김 회장은 정부를 향해 날을 세웠다. 그는 “정부가 과연 2025학년 의대 교육이 가능한지 교육 마스터플랜을 내야 한다”고 말했다. 의료개혁특별위원회에 대해서는 “대통령 직속 특위는 없어져야 하고, 거기서 논의됐던 내용을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번에 증원된 인원으로는 정상적 교육이 어렵다는 의료계 주장을 되풀이한 것이다.
김 회장은 의·정 갈등 초기 의협 비대위원장을 맡는 등 ‘강경파’로 분류되지만 협상을 강조해온 인물이기도 하다. 그는 이날 “투쟁이 모든 걸 해결해주는 것은 아니다”며 “문제를 풀기 위한 노력은 (정부와 의료계가) 같이 해야 한다”고 말했다. 2026학년도 정원에 대해서도 “정부가 2025학년도 계획을 명확히 밝힌 뒤 같이 논의해나가는 부분이 필요하다”고 했다.
의료계에선 사직한 전공의들이 향후 집행부 운영에도 상당한 영향력을 끼칠 것으로 예상한다. 김 회장 당선에도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 비대위원장을 포함한 전공의 표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알려졌다. 박 위원장은 최근 주 후보자 캠프 인사들과 온라인상에서 설전을 벌이기도 했다. 새 집행부 구성 단계에서 전공의들이 전면에 나설 가능성도 있다.
김 회장은 “전공의·의대생들과는 지난 2월부터 존중하고 소통을 잘 해왔다”며 “최우선으로 그들의 뜻이 반영될 수 있는 방향으로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의·정 협상은 순탄치 않을 전망이다. 다음 달이면 전공의가 집단행동에 나선 지 1년이 된다. 이에 맞춰 정부가 이들의 복귀를 위한 추가 대책을 내놓을 가능성이 있지만, 김 회장이 이끄는 집행부가 호응할지는 미지수다. 김교웅 의협 대의원회 의장은 “차기 회장과 집행부는 2026년도 의대 정원과 전공의 수련환경, 필수의료패키지 등 산적한 현안에 대한 의료계의 단일한 목소리를 제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정헌 기자 h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