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거물이자 기록물… 주인 찾는 제주항공 유류품 1000점

입력 2025-01-09 00:07
국토교통부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 소속 감식반이 8일 오전 전남 무안군 무안국제공항 내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현장에서 사고 여객기 잔해물을 수거하고 있다. 뉴시스

무안 제주항공 참사가 발생한 지 열흘이 지났지만 1000점에 가까운 희생자 유류품은 아직 주인을 기다리고 있다. 경찰은 소유주가 불분명한 유류품을 오는 10일까지 공개해 찾아갈 수 있도록 하고 유족들과 관리 방안을 협의할 계획이다.

전남경찰청은 유류품 총 1200여점 중 284점을 희생자 유족에게 반환했다고 8일 밝혔다. 유류품에는 휴대전화 등 전자기기가 136대 포함됐다. 참사 이후 178명의 유족이 유류품 보관소에 다녀갔지만, 여전히 1000점에 가까운 유류품이 주인을 찾지 못한 상태다.

일각에서는 유류품이 장기간 주인을 찾지 못한 채 방치될 것을 우려한다. 세월호 참사 때는 유류품 9000여점이 컨테이너에 보존됐는데 대부분은 주인을 찾지 못했다. 2017년 세월호 선체 수색 초기 발견된 유류품 3000여점 중 가족에게 인계된 유류품은 10%가 채 되지 않았다. 결국 유류품 대부분은 보존 처리돼 ‘4·16 기억저장소’에 역사 기록물로 보존되거나 예술 창작 작품에 활용됐다.

이태원 참사 유류품 960여점은 현재 서울 용산경찰서 창고에 보관돼 있다. 경찰은 사고 직후 용산 다목적실내체육관에 ‘이태원 참사 유실물센터’를 운영했지만, 참사 2년이 지난 지금까지 전체 유실물 중 미반환율이 약 70%에 달한다.

수습 당국에 희생자들의 유류품은 다루기 조심스러운 존재다. 사고 직후에는 수사 과정에서 증거물로서의 기능 때문에 바로 유가족에게 인도하기 어려운 문제가 있다. 또 대부분 유류품에 ‘이름표’가 달려 있지 않아 진짜 소유주를 가리기도 어렵다. 유족들이 “우리 가족의 물건”이라며 유류품 인계를 요구해도 이를 증명할 방법 또한 마땅치 않다.

가족들이 찾아가지 않는 ‘주인 잃은 유류품’은 폐기도 쉽지 않다. 유류품은 규정상 통상 6개월 보관 뒤 폐기하지만, 재난 관련 유류품은 무기한 보유하는 것이 보통이다. 정부 관계자는 “특히 이번 참사의 경우 불에 그을리거나 온전하지 못한 유류품도 많다”며 “향후 유류품 관리방안을 유족들과 논의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신재희 기자 jsh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