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자 추천’으로 내란특검 재발의… 野, 독소조항 빼고 與 이탈표 노려

입력 2025-01-08 19:05 수정 2025-01-08 23:59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이 제3자 추천 방식의 ‘내란 특검법’을 9일 재발의하기로 했다. 윤석열 대통령 측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의 수사 적법성을 문제 삼으며 ‘버티기’에 나서자 내란 특검 출범을 최우선 과제로 놓고 속도전에 나선 것이다. 민주당은 특히 여권이 독소 조항으로 꼽는 ‘야당의 특검 추천 독점’ 문제를 풀어 국민의힘의 추가 이탈표를 유인하겠다는 뜻도 분명히 했다.

민주당은 8일 본회의 재표결에서 내란 특검법이 최종 부결되자마자 9일 즉각 재발의를 하는 강수를 택했다. 조승래 수석대변인은 “내란 특검법을 최우선으로 해 재발의한다. 다만 제3자 추천 방식으로 내용을 변경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부결된 내란 특검법은 특검 후보를 민주당과 비교섭단체(조국혁신당)가 1명씩 추천하면 대통령이 이 중 1명을 임명하도록 했다. 사실상 야당이 쥐고 있는 특검 추천권을 대법원, 대한변호사협회 등 제3자가 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뜻이다. 조 수석대변인은 “특검 추천을 누가 할지는 원내 논의를 통해 정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의 입장 선회는 공수처 수사가 윤 대통령 관저 앞에서 막히면서 제자리걸음만 하고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당내에서는 당장 수사상의 혼란을 수습하기 위해서는 일단 특검을 가동하는 것 자체가 중요해졌다는 ‘현실론’이 힘을 얻기 시작했다. 원내 핵심 관계자는 “여당이 요구하는 여러 요소를 적극적으로 수용하는 방안까지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당초 민주당은 특검법 부결 시 외환죄까지 추가해 더 강력한 특검법을 재발의하겠다고 예고했었다.


국민의힘에서도 협상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이날 내란 특검법 재표결에서 찬성표가 198표 나왔다. 여당 내 이탈표가 최소 6표 나온 것으로 추정된다. 본회의 전 열린 국민의힘 의원총회에서도 당이 먼저 수정안을 내야 한다는 의견과 반대하는 의견이 팽팽하게 부딪혔다고 한다. 지금의 특검 반대 당론이 자칫 계엄 옹호처럼 비칠 수 있는 만큼 특검 수정안 협의에 선제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확산한 것이다.

권성동 원내대표도 의총에서 “민주당 특검법안을 받아들일 수는 없지만, 자체 수정안을 제안하는 방안까지 검토하겠다”고 언급한 것으로 전해졌다. 당 지도부는 특검 수사 범위를 줄이고, 특검 후보 추천위에서 여당을 배제하는 규정 등 위헌적 요소를 제외한다면 야당과의 협상도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다만 민주당 내부에서는 여당과의 협상이 ‘시간 끌기’ 양상으로 흐를 수 있다는 의구심도 적지 않다. 민주당이 여당과의 협상과는 별개로 기존 내란 특검법의 독소 조항을 제거하는 수정 법안을 서둘러 발의하기로 한 것도 이런 영향이다.

한 중진 의원은 “근본적으로 내란을 일으킨 세력이 문제지만, 민주당도 다수당의 책임이 있다”며 “계엄 사태를 안정적으로 마무리하려면 양보할 건 양보해서 수사가 되게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판 박장군 이강민 기자 p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