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대로’ 외치며 갈라선 공권력·여야·시민들

입력 2025-01-08 18:55 수정 2025-01-08 23:52
윤석열 대통령으로 추정되는 인물(빨간 원)이 8일 서울 용산구 한남동 대통령 관저 영내에서 경호처 직원들과 이동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안규백 의원은 이날 오전 제보를 받았다며 윤 대통령 도피설을 제기했고, 윤 대통령 측은 “특정한 목적을 갖고 악의적 소문을 만드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오마이뉴스TV 제공

요새화된 관저에 칩거한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두 번째 체포영장 집행을 앞두고 국가기관과 정치권, 시민사회가 서로를 불법 행위자로 규정한 채 갈라졌다. “뚫겠다”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나 “막겠다”는 대통령경호처 모두 지난 3일보다 강경한 태도를 보이고 있고, 여야는 각각 한편을 독려하고 있다.

윤 대통령은 수사권과 관할 법원 등 절차상 문제들을 직접 따진 뒤 ‘불법 수사에 따를 수 없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사법부가 발부한 영장마저 승복하지 않는 것은 법치주의의 훼손이라는 비판이 더욱 크다.

윤 대통령 측은 8일 오전 국민일보에 “충돌을 막을 방안을 찾겠다”고 한 뒤 오후 기자간담회에서 “서울중앙지법에 기소하거나 사전구속영장(미체포 피의자 구속영장)을 청구하면 응하겠다”고 밝혔다. 관할 법원이 바뀌지 않는 한 서울서부지법이 승인한 공수처 체포·조사에는 불응하겠다는 뜻을 밝힌 것이다. 윤 대통령은 변호인단과 의논해 이 같은 방안을 마련한 것으로 전해졌다. 제안이 받아들여지면 공수처·경호처의 충돌을 막는 한편 수사 절차상 흠결 주장도 이어갈 수 있다는 계산인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공수처가 체포영장 집행을 스스로 포기할 가능성은 낮게 관측된다. 이 경우 윤 대통령 측의 ‘불법 무효한 영장’ 주장을 수긍하는 것으로 비칠 수 있고, 국민적 비난도 함께 감당해야 하기 때문이다. 법조계 인사들은 공수처가 법원으로부터 발부받은 영장의 권위를 스스로 부정할 리 없으며, 피의자가 수사기관에 선택지를 주듯 하는 상황도 맞지 않다고 지적한다. 오동운 공수처장은 전날 국회에서 지난 3일의 영장 집행 무산을 대국민 사과했고, “비장한 각오로 철두철미하게 준비하겠다”고 공언했다.

결국 공수처와 경호처는 각각 ‘공무집행 방해’와 ‘경호구역 무단침입’을 주장하며 물리적으로 충돌할 것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지난 3일과 달리 관저 내부에서 유혈 사태가 벌어질 우려마저 제기된다. 대통령실은 이날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에게 이러한 충돌 우려를 전달하며 윤 대통령에 대한 경호 보강을 요청했다.

정치권은 윤 대통령 수사를 전쟁에 비유하며 대립했다.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공수처와 경찰을 향해 “임전무퇴의 각오로 영장 집행에 임해 ‘내란 수괴’ 윤석열을 신속히 체포하길 촉구한다”며 “인력과 장비를 총동원해 관저에서 끌어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민의힘은 공수처에 내란죄 수사권 자체가 없다는 입장을 이어갔다. 대통령실은 “관저 일대는 현직 대통령이자 국가 원수가 거주하는 군사시설 보호구역이며, 국가 안보와 직결되는 보안시설”이라는 입장을 냈다.

윤 대통령 체포를 촉구하는 이들과 이에 반대하는 이들은 서울 한남동 관저 입구에 몰려 각각 철야 집회를 이어갔다. 소셜미디어에서는 ‘경찰 동원 급습 준비’ ‘비공개 영장 발급’ ‘비상사태 발생’ 등 사실과 다르고 용어도 잘못인 정보들이 퍼져 나갔다.

이경원 기자 neosar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