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세무사회가 법인카드를 주점에서 사용하고 명절 선물을 돌릴 때 증빙자료를 두지 않는 등 문제가 드러나 총 19가지 사안에 대해 처분을 요구받았다. 세무 플랫폼의 과장 광고, 탈세 조장 등을 고발했던 세무사회가 정작 내부 단속은 허술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8일 기획재정부 홈페이지에는 이 같은 내용의 ‘한국세무사회 종합감사 결과’가 지난달 30일자로 공표돼 게재돼 있다. 세무사회는 세무사법에 따라 세무사의 품위 및 직무 개선 방안, 세무사 지도·감독에 관한 사무를 하는 곳이다. 1962년 설립돼 3년에 한 번씩 기재부 정기 감사를 받고 있다. 기재부는 2019년 1월~2023년 12월 기간 조직관리·예산 편성 등 세무사회가 수행한 업무를 대상으로 이번 감사를 시행했다.
감사 결과를 보면 세무사회는 법인카드 사용 제한 업종에 관한 규정을 두지 않았다. 세무사회는 국민권익위원회의 ‘법인카드 사용의 투명성 및 내부통제 강화’ 등 권고에 따라 골프장, 노래방 같은 의무적 제한 업종과 기관이 자율적으로 추가해 선정한 제한 업종에서는 법인카드를 사용할 수 없다. 하지만 제한 업종에 관한 규정이 없었고 실제로 주점, 레저 업소에서 법인카드를 사용했다. 법인카드를 예산 과목별로 분류하지 않고 부서별로 배분해 사용한 사실도 드러났다. 기재부는 이 경우 비목별로 예산이 어떻게 집행됐는지 파악하기 어렵다고 지적하고 세무사회 측에 비목별 법인카드 제한 업종 기준 마련을 권고했다.
세무사회는 2020년 9월~2023년 2월 세무사회 회원 약 1600명, 국회의원 등 외부인 약 500명에게 명절 선물을 보냈다. 하지만 선물 지급 목적에 따라 지출 항목을 달리하면서도 이에 대한 증빙 자료를 남기지 않았다. 동일한 명절 선물을 A에게는 홍보비로, B에게는 접대비로 처리하는 식이었다. 기재부는 이로 인해 부정청탁 및 수수 등의 금지에 관한 법률 준수 여부를 확인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세무사회 측은 “증빙을 마련해 투명하고 적정하게 명절 선물비가 집행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세무사회는 ‘대내외 관계 인사 경조사 비용’으로 규정된 경조비를 목적과 달리 수습세무사 환영회 비용(150만원)으로 쓰기도 했다.
그간 과장 광고, 탈세를 조장한다며 삼쩜삼 등 세무플랫폼을 고발했던 세무사회가 내부 규정을 지키는 데는 소홀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번 감사 결과에 대해 세무사회는 “입장 표명은 적절치 않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세종=김윤 기자 kyo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