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은 8일 12·3 비상계엄 사태 관련 국회 현안질의에 불출석한 대통령실 참모 22명 전원을 고발키로 했다. 이를 포함해 지난달 3일 비상계엄 이후 민주당이 범여권 인사를 상대로 한 고발 건수는 최소 80건이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힘도 민주당 지도부 등을 상대로 빌미가 잡힐 때마다 고발로 응수하고 있다. ‘갈등 중재자’여야 할 정치권이 되레 ‘갈등 유발자’ 노릇을 하면서 국정 안정과 민생에는 등을 돌리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민주당은 8일 국회 운영위원회 전체회의를 열고 비상계엄 현안질의에 나오지 않은 정진석 비서실장, 신원식 국가안보실장, 박종준 대통령경호처장 등 대통령실 인사 22명 모두를 국회 증언·감정법 위반 혐의로 고발하는 안건을 의결했다. 국민의힘은 의사일정이 합의되지 않았다며 회의에 불참했다. 앞서 정 비서실장 등은 지난 6일 낸 불출석 사유서에서 ‘수사가 진행 중’이라는 이유를 들었고, 박 경호처장은 ‘경호 관련 24시간 임무 중’이라고 불참 이유를 밝혔다.
민주당은 비상계엄 사태 이후 윤석열 대통령과 한덕수 국무총리,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등 정부 인사, 추경호 전 국민의힘 원내대표 등 여권 관계자에 대한 60여건의 고발장을 수사기관에 접수했다.
민주당은 이날도 윤 대통령과 윤상현 국민의힘 의원을 2022년 6월 재보궐선거 당시 명태균씨 관련 공천개입 의혹에 따른 공직선거법 위반(부정선거운동) 및 업무방해죄로 경찰 국가수사본부(국수본)에 고발했다. 윤상현·김민전 의원과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에 대해서도 윤 대통령 체포영장 집행을 방해하도록 선전·선동한 혐의(특수공무집행방해 교사)로 국수본에 고발했다.
이에 맞서 국민의힘 법률자문위원회는 지난 3일 이재명 대표 등 민주당 지도부를 무고·허위사실적시 명예훼손 등으로 국수본에 고발했다. 민주당이 그 하루 전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 등을 내란선전·선동 혐의로 고발하자 상호 고발로 대응한 것이다.
국민의힘은 9일에는 이상식 민주당 의원이 페이스북에 “저희 당과 국수본 간의 메신저 역할을 하느라 전화기에 불이 나고 회의가 이어졌다”는 글을 올렸던 것과 관련해 직권남용·공무상비밀누설죄 등 혐의로 대검찰청에 고발하기로 했다. 이 의원은 논란이 확산되자 해당 부분을 삭제했다.
여야는 서로 상대를 탓했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거대 야당이 문제를 정치로 풀 생각은 하지 않고 모든 것을 사법 영역으로 넘기고 있다”며 “수사기관·사법부의 정치권 눈치 보기가 심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지도부 관계자는 “비정상을 정상으로 돌리기 위한 어쩔 수 없는 조치”라고 했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여야 고발전은 정치적 내전 상태임을 단적으로 보여준다”며 “누가 상대를 먼저 쓰러트리느냐의 싸움이 된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전쟁 치르듯 서로 고발하는데 민생 논의가 가능하겠느냐”면서 “정치가 최소한의 양심을 잃었다”고 비판했다.
구자창 이동환 기자 critic@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