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업계에서 인공지능(AI)의 활약상이 확인되고 있다. 새로운 시도였던 AI 도입이 1~2년 만에 구체적인 매출 성과로 나타나고 있다. AI는 할인 품목 선정, 제품 추천 등 다방면에서 높은 효율을 보인 것으로 풀이된다. AI 활용이 확산될 전망이다.
8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롯데마트가 2022년 과일 판매에 도입한 AI 선별 시스템이 자리 잡으며 지난해 관련 매출이 100억원을 넘어섰다. 기술 도입 첫해와 비교해 4배 이상 늘어난 수치다. 소비자 불만 건수가 도입 이전에 비해 30% 이상 감소했다. AI를 활용해 육안으로 확인하기 힘든 과일 속 상태를 파악해 당도가 보장되는 과일을 판매하는 방식이다. 지난해까지 사과·수박·참외 등 총 9가지 AI 선별 과일을 선보였다.
롯데그룹은 전 계열사가 AI 전환에 속도를 내고 있다. 롯데백화점은 롯데그룹 자체 AI 플랫폼 ‘아이멤버’에 기반을 둔 챗봇을 운영하고 사내 업무용 협업 도구에도 챗GPT를 탑재했다. 신동빈 회장이 신년사에서 AI 내재화를 주문하기도 했다. 신 회장은 “AI 내재화에 집중해 달라. 올해는 비즈니스 모델 창출과 비용 절감 등 유의미한 성과가 나올 수 있도록 힘써야 한다”고 했다. 올해는 AI 도입이 더욱 적극적으로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민원 처리에 있어서도 AI 도입은 효과를 보이고 있다. 이마트와 트레이더스는 전 점에 디지털 상담 플랫폼을 도입했다. AI 챗봇을 통한 빠른 민원 처리 비율이 40% 이상 유지됐다. 이마트는 판매 실적 데이터를 AI가 학습하고 최적 할인율을 추천하는 ‘AI 신선 마크다운’을 운영하고 있다. 지난해에 델리 코너 23개점, 수산 코너 53개점에 적용됐고, 올해는 대상을 확대할 계획이다. 신세계그룹은 주요 계열사 대표와 임원들이 지난해 7월 AI 석학 앤드류 응 미국 스탠포드대 교수를 만나 활용 방안을 논의하기도 했다.
홈플러스도 AI 덕을 보고 있다. 지난해 오픈런 행렬을 불러모았던 ‘홈플대란’(11월 28일~12월 25일)에서 ‘AI 메가핫딜’이 성과를 냈다. AI가 쇼핑 데이터를 분석해 일부 상품을 파격 할인하는 AI 메가핫딜을 앞세운 결과 점포별 매출이 전년 대비 최대 97% 증가했다. 올해 한층 강화된 ‘2025 AI 물가안정 프로젝트’를 전개하고 있다.
쇼핑 플랫폼도 AI 활용에 적극적이다. 에이블리가 운영하는 남성패션 플랫폼 4910(사구일공)은 ‘AI 개인화 추천 기술’에 힘입어 지난해 4분기 거래액이 전년 동기 대비 10배 이상 증가했다.
AI는 비용 절감에도 유용하게 쓰일 것으로 전망된다. 전문가들은 AI를 적용하면 재고비용 20% 감소, 배송시간 10% 단축, 배송비용 20% 절감 등 효과를 창출할 수 있다고 본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AI는 모든 방면에서 활용 가능하다는 점에서 기업의 핵심 경쟁력”이라며 “따라가지 못하면 바로 뒤처질 수 있다. 기업 간 AI 전쟁은 더욱 치열해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박성영 기자 ps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