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장은 중앙지법만, 출석도 경호 해결되면” 조건만 붙이는 尹

입력 2025-01-09 03:53
서울 용산구 한남동 대통령 관저 출입구에 8일 대형 버스를 이용한 ‘차벽’이 촘촘히 설치돼 있다.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 유효기간이 연장된 이후 관저 경비가 강화됐다. 권현구 기자

윤석열 대통령 변호인단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법원에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해 발부될 경우 영장 집행에 응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공수처가 서울중앙지법에 구속영장을 청구할 때만 협조하겠다는 조건을 걸었다. 구속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 출석 여부도 신변 경호 문제를 법원과 협의한 후 결정하겠다고 했다. 법조계에선 피의자 신분인 윤 대통령이 수사기관 조사부터 법원이 발부한 영장 집행까지 일일이 조건을 거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윤 대통령 법률 대리인인 윤갑근 변호사 등 변호인단은 8일 서울 서초구 한국컨퍼런스센터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많은 국민과 공무원이 갈등과 혼란 속에 힘들어하고 있다”며 “더는 이런 분열을 막기 위해 기소가 이뤄지거나 사전구속영장이 청구되면 재판에 응하겠다”고 말했다.

윤 변호사는 다만 “공수처가 공수처법상 관할인 서울중앙지법 대신 서울서부지법에 청구하는 영장은 도저히 수용할 수 없다”고 분명히 했다. 서울서부지법이 발부한 영장엔 불응하겠다는 기조는 유지한다는 것이다. 윤 변호사는 “한발 물러선 선의로 해석해 달라”며 “(공수처가) 체포에 집착하는 이유는 ‘망신주기’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그는 “체포영장을 청구해 피의자를 조사하는 것은 증거가 다 확보돼 있다는 뜻이니 기소하면 된다”고 했다.

하지만 서울서부지법이 최근 윤 대통령 측 이의신청을 기각하며 ‘공수처법과 형사소송법상 고위공직자범죄 사건 1심 관할이 반드시 서울중앙지법이어야 하는 건 아니다’고 밝힌 만큼 이 같은 주장은 명분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부장판사 출신의 한 변호사는 “법원이 적법 절차에 따라 영장을 발부한 이상 윤 대통령도 절차 내에서 다퉈야 한다”고 지적했다.

변호인단은 윤 대통령의 헌법재판소 탄핵심판 출석에 대해서도 신변 안전을 위해 경호 문제가 해결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 변호사는 “탄핵 사유에서 내란죄를 철회한 부분 등 혼란스러운 부분이 어느 정도 정리돼야 한다. 대통령이 가서 말할 수 있는 여건이 됐을 때 갈 것”이라고 했다.

변호인단은 공수처에 선임계를 내러 갔으나 출입을 거절당해 선임절차가 이뤄지지 않았다고도 주장했다. 윤 변호사는 “공수처에 방문해 선임계를 직접 전달하려 했는데 민원실에 맡겨놓고 오라고 해서 그냥 돌아왔다”고 말했다. 공수처 관계자는 “지금은 면담할 상황이 아니고 먼저 선임계를 제출하라고 했는데 그냥 돌아간 것”이라며 “면담이든 논의든 선임계가 제출된 후 변호인이 누구인지 확인이 돼야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송태화 신지호 기자 alv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