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8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의 체포영장 집행에 불응하고 있는 윤석열 대통령의 ‘도주설’을 제기했다. 그러나 ‘관저에 머물고 있다’는 윤 대통령 측 입장이 나오고, 윤 대통령으로 추정되는 인물이 관저 내에 머무는 모습도 포착되면서 도주 의혹은 허위일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제보’ 형식을 빌려 충분한 사실관계 확인이나 검증도 거치지 않고 의혹 제기를 난발해 탄핵 정국의 혼란상을 부추기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안규백 민주당 의원은 KBS 라디오에서 “제가 들은 정보로는 ‘(윤 대통령이) 이미 용산을 빠져 나와서 제3의 장소에 도피해 있다’ 이렇게 듣고 있다”고 주장했다. 안 의원은 “더 확인해 봐야겠지만, 아마도 한남동 대통령 관저를 떠나서 제3의 장소에 있지 않나 이런 판단을 해 본다”며 “아마 경찰에서도 그런 비슷한 소재 파악을 하고 있다는 얘기를 제가 어제 들은 바가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또 “(도피가 사실이라면) 잡범도 이런 잡범이 없을 것”이라고 윤 대통령을 힐난했다. 안 의원은 도주설의 출처를 ‘군 당국 관계자의 제보’로 설명했다.
앞서 오동운 공수처장은 7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민주당 측이 제기한 윤 대통령 도주 의혹에 대해 “여러 가지 가능성을 생각하고 있다”며 여지를 남겼다. 앞서 유튜브 채널 ‘고양이뉴스’도 공수처가 체포영장 집행을 시도한 지난 3일 고급 차량 여러 대가 관저에서 나가는 장면을 공개하며 윤 대통령 도피설에 불을 지폈다.
윤 대통령 측은 의혹을 곧바로 반박했다. 윤 대통령 측 법률대리인인 윤갑근 변호사는 기자회견에서 “제가 어제 분명히 관저에서 뵙고 나왔다”고 도주설을 일축했다. 대통령실 관계자 역시 “윤 대통령은 현재 관저에 있는 것으로 들었다”고 밝혔다.
윤 변호사는 “특정한 목적을 갖고 악의적 소문을 만드는 게 21세기, 법치주의를 지향하는 자유민주국가 대한민국에서 일어날 수 있는지 자괴감이 든다”며 “일반인도 할 수 없는 일을 국회의원들이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도피설로 정치권이 시끄럽던 이날 낮 12시53분쯤 윤 대통령으로 추정되는 인물이 한남동 관저 영내를 돌아다니는 모습이 오마이TV의 취재영상으로 공개됐다. 영상에는 윤 대통령 추정 인물이 동반인들과 관저 영내 도로를 따라 걸으며 경비 상태를 살피는 듯한 모습이 담겼다. 박지원 민주당 의원은 “‘나는 건재하다’며 동요하는 경호처 내부 직원들을 다잡기 위한 철저히 계산된 행보”라고 분석했다.
정현수 기자 jukebox@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