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로 경기 하방 위험 증대”… KDI 2년 만에 경고

입력 2025-01-09 04:01
고소득 자영업자도 빚을 갚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8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박성훈 국민의힘 의원이 한국은행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소득 상위 30% 자영업자의 지난해 3분기 말 대출 연체율은 1.35%로 집계됐다. 이는 9년 6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사진은 이날 서울 중구 명동 거리 모습. 연합뉴스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올해 첫 경기 진단에서 2년 만에 ‘경기 하방 위험’ 확대를 경고했다. 12·3 비상계엄 사태와 탄핵 정국으로 가계·기업의 경제 심리가 크게 움츠러들어 경기 침체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KDI는 8일 발간한 ‘경제동향 1월호’에서 “최근 우리 경제는 생산 증가세가 둔화되면서 경기 개선이 지연되는 가운데 불확실성 확대에 따른 경제 심리 위축으로 경기 하방 위험이 증대되는 모습”이라고 밝혔다. 이어 “대외 불확실성이 확대되는 가운데 국내 정치 상황으로 경제 심리도 악화됐다. 가계와 기업의 심리지수도 큰 폭으로 하락했다”고 진단했다.

KDI가 경제동향에서 ‘경기 하방 위험’을 거론한 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1년 가까이 장기화된 2023년 1월 이후 2년 만이다. 또 비상계엄 직후인 지난달 9일(2024년 12월호)엔 정치 상황을 특별히 언급하지 않았지만, 이번 진단에선 ‘국내 정치 상황’을 경제 심리 위축 요인으로 짚었다.

특히 이번 탄핵 정국의 경기 여파는 2016~2017년 국정농단 탄핵 사태보다 더 크다는 것이 KDI 진단이다. KDI는 “과거 정국 불안 시기와 비교해 이번엔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크지 않은 반면, 가계와 기업의 심리는 더 크게 위축됐다”고 진단했다.

KDI에 따르면 원·달러 환율은 2016~2017년 당시 최대 7% 출렁였지만 최근 한 달간 변동폭은 5% 수준에 머물렀다. 반면 소비자심리지수는 계엄 전후 1개월 새 12.3 포인트 급락하며 2016년 말(9.4 포인트 하락)보다 더 급속하게 움츠러들었다. 제조업 기업경기실사지수(BSI)도 2016년 12월 70선(기준=100)에서 바닥을 찍고 반등한 반면 이번엔 지난해 11월(71.0) 12월(66.0) 올 1월(61.0)까지 3개월 연속 하락세를 보였다.

생산과 소비 둔화세도 지속됐다. 지난 11월 전산업생산이 0.3% 감소하며 9월(-1.4%) 이후 다시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상품소비인 소매판매도 1.9% 감소했다.

세종=양민철 기자 liste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