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차나 기다리며 살아야겠다
가본 적 없는 곳 하나 점찍어 두고
만나본 적 없는 사람 만날 생각에
실컷 잠이나 설쳐야겠다
아무 곳에서나 불쑥 내려
저만치 멀어져가는 차를 향해
반갑게 손이나 흔들어야겠다
낯선 거리를 걸으며
얼토당토 않은 삶이나 서먹서먹 찾아야겠다
경적과 기적과 뱃고동 소리,
끝없는 세상에 울려퍼지는데
막차나 놓치며 살아야겠다
돌아가야 할 곳에 돌아가지 못하고
만나야 할 사람 만나지 못하며
그것참, 그것참, 섭섭히 웃으며 살아야겠다
-양광모 시집 '늠름한 허름'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