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픔은 엄마의 스웨터 같은 것

입력 2025-01-10 00:00

한동안 병원에 계시던 엄마가 돌아가셨다. 사람들은 하나같이 말했다. “얼마나 슬프니.” 하지만 대답하기 어려웠다. 어둠이 곁을 맴돌며 따라다녔다. 수업도 집중하기 어려웠다. 둘러싼 소리와 말들이 둥둥 떠 있는 것 같았다. 아빠는 그게 정상이라고, 그게 큰 슬픔이라고 말했다.

아빠와 엄마의 물건을 정리하다 스웨터를 발견했다. 엄마가 정말 좋아하던 옷이었다. 엄마 냄새가 났다. 계속 입고 다녔더니 이젠 내 냄새가 났다. 아빠는 슬픔이 엄마의 스웨터 같은 거라고 했다. 크기는 그대로지만, 거기에 맞게 점점 자랄 거라며. 아이는 깨닫는다. “어쩌면 슬픔의 크기는 그대로일지도 몰라도 나의 세상이 슬픔을 둘러싸며 더 커질 것이다.” 슬픔을 이겨내며 하루하루 성장하는 아이의 모습을 볼 수 있다. 사랑하는 이를 잃은 모든 사람에게 따뜻한 위로가 되어 주는 이야기다.

맹경환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