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영장 집행 때 불상사 우려… 윤 대통령, 조건 없이 출석해야

입력 2025-01-09 01:20
윤석열 대통령 측 윤갑근 변호사(가운데)가 8일 서울 서초구 한국컨퍼런스센터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2차 체포영장 집행을 앞두고 물리적 충돌 우려가 커지고 있다. 대통령경호처가 관저 인근에 철조망을 설치하고 버스 차벽을 추가로 배치하면서 공수처와 경찰은 1차 집행 때보다 더 강경한 집행 방안을 고려하고 있는 상황이다. 윤 대통령은 국가기관 간의 충돌을 막기 위해서라도 스스로 출석하는 게 바람직하다.

경호처가 관저 인근 경계를 강화하면서 경찰 안팎에서는 사다리를 동원해 차벽을 넘는 방안, 경찰특공대 특수차량으로 차벽을 밀고 들어가는 방안, 헬기로 내부에 진입하는 방안 등까지 거론되고 있다. 주변에 지지자들이 몰려 있어 체포 후 윤 대통령을 안전하게 호송하는 것도 쉽지 않다. 진입과 호송 과정에서 예상 못한 불상사가 생길 가능성도 있다. 윤 대통령 측 윤갑근 변호사가 8일 “더 이상 국민들을 불편하게 하고 공무원 희생(되는 일)을 막아야 해서 사법기관에서 진행하는 절차에 응할 것”이라고 밝힌 것도 이 같은 점을 고려했기 때문일 게다. 하지만 사법 절차에 응한다면서 조건을 내건 것은 진의를 의심케 한다. 윤 변호사는 “기소를 하거나 사전영장을 청구하면 법원 재판에 응하겠다는 입장”이라면서도 “무효인 체포영장에 의해 진행되는 수사에 응할 수 없다는 입장은 변함 없다”고 했다. 공수처 관할인 서울중앙지법이 아닌 서울서부지법에 청구된 영장에는 응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거듭 밝힌 것이다. 그는 “출석 여부는 법원 출석 일자나 기관이 정해지면, 영장이 어느 법원에 청구되는지에 따라, 경호·신변 문제가 해결되면 그때 말하겠다”고 했다. 입맛에 맞는 조건이 갖춰졌을 때 나가겠다는 것인데 체포영장 집행 저지를 위해 시간을 끌려는 것으로 비칠 수 있음을 윤 대통령 측은 명심해야 한다.

원하는 상황이 될 경우에만 출석하겠다는 얘기는 경찰과 경호처의 충돌을 방조하겠다는 것과 다름없다. 경찰특공대가 차벽을 밀고 들어가고 헬기가 관저 상공에 떠 있는 모습이 전 세계로 생중계되기를 원하는 것인가. 윤 대통령이 진정 국민의 안위와 자존심을 고민한다면 공권력 집행에 조건을 걸지 말고 스스로 출석해 사법 절차에 따라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