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중고거래 플랫폼 당근엔 희한한 아르바이트 게시 글이 하나 올라왔습니다. 교회가 청소 인력을 구한다는 광고였습니다. 교회가 올린 청소 모집 광고엔 이틀 만에 지원자 36명이 몰렸습니다.
청소 인력을 모집한 교회는 인천의 기독교대한감리회 소속으로 1000여명이 출석하는 곳입니다. 출석 교인만 1000명이 넘는데 교회엔 청소할 봉사자가 없었던 걸까요. 교회는 왜 당근에 아르바이트 광고를 올린 걸까요.
교회 속사정을 들어보면 이해가 됩니다. 이 교회를 담임하고 있는 A목사는 8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주일에 청소할 게 특히 많고, 토요일에도 사역이 몰려 있어 외주를 주고 있다”고 답했습니다. “교인들이 청소하면 이런저런 요청사항을 편히 전달하기 어렵다”는 이유도 있었습니다. A목사는 “예배당 청소는 여선교회에서 도맡고 있다”며 “화장실 청소와 분리수거만 외주를 맡기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그럼 ‘봉사의 외주화는 교회와 교인 모두에게 윈윈’이란 결론으로 논의를 끝내면 될까요. 그러기엔 뭔가 찝찝하고 씁쓸한 구석이 있습니다. 외주화가 익숙한 교회는 공동체성과 거리가 멉니다. 교인들이 함께 세워가는 곳이 아닌 종교 서비스를 소비하는 공간에만 머물게 될 우려도 있습니다.
교회가 교인들에게 품삯을 주면서 청소를 맡기는 방법도 해결책이 될 것 같진 않습니다. 청소 봉사에 시급을 매긴다면 다른 봉사들도 유급 사역의 영역으로 들어올 수 있습니다. 돈으로 모든 봉사를 해결하는 관행이 굳어지면 사례가 없는 곳엔 봉사자도 없을지도 모릅니다.
해법은 모호해도 원인은 분명합니다. 언제부턴가 교회 청소는 타인에게 맡길 수 있는 봉사가 됐습니다. 돈으로 봉사를 대체할 수 있는 시대가 열리면서 봉사는 하고 싶은 일과 하기 싫은 일로 편식하듯 나뉘었습니다. 정재영 실천신학대학원대 교수는 “식당 봉사자가 없어 외주를 맡기거나 교회 주변 식당 식권을 주는 교회들이 적지 않다”면서도 “카페 봉사는 아직까지 교인들 사이에서 인기 봉사로 꼽힌다”고 했습니다.
정 교수는 “교회 청소의 외주화는 정죄할 수 없는 문제”라고 선을 그었습니다. 봉사에 있어서도 “교인들의 재능과 관심을 고려해야 한다”고 전제했습니다. 정 교수는 다만 “불편사항을 따지면서 교회 내 허드렛일을 기피하는 건 ‘자신을 부인하고 작은 일에 충성하라’던 예수 그리스도의 가르침과는 반대된다”고 설명했습니다. 결국 특정 봉사를 높고 낮게 여기는 생각을 버리고 우리가 고백하는 ‘지체 의식’을 살려내는 게 과제인 듯합니다.
교회가 용역업체에 청소를 맡기기로 교인들과 합의했다면 노동자를 후하게 대접하자는 제언도 나왔습니다. 김선일 웨스트민스터신학대학원대 교수는 “교회와 신학교에서 일하는 청소 노동자들이 교인과 신학생의 푸대접에 상처를 받는 경우도 있다”며 “똑같은 민원을 제기하더라도 교회와 신학교 안에선 위선적이라 느낄 수 있다”고 조언했습니다. 김 교수는 “‘돈을 주고 누군가를 부린다’는 생각을 버리고, 여건이 된다면 시급이나 처우 등을 사회적 평균치보다 더 높게 제공해봄 직하다”고 제안했습니다.
이현성 기자 sag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