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년 동안 지중해 무인도에서 홀로 지내 이탈리아의 ‘로빈슨 크루소’로 불린 마우로 모란디(사진)가 이탈리아 북부 모데나의 한 양로원에서 향년 85세로 세상을 떠났고 CNN이 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현대 사회와 단절을 원했던 모란디는 1989년 카타마란 요트를 타고 남태평양으로 항해하던 중 배가 고장나면서 이탈리아 사르데냐 인근 부델리섬에 발을 들였다. 핑크빛 백사장으로 유명한 이 섬은 모란디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섬 관리인이 은퇴를 앞두고 있다는 사실을 듣게 된 그는 남태평양 항해를 포기하고 이 섬에 정착했다. 이후 32년간 섬에서 혼자 살며 해변을 청소하고 당일치기 여행객들에게 섬의 생태계에 대해 설명을 해주기도 했다.
그는 방문객이 없는 겨울에는 장작을 모으고 책을 읽으며 유유자적한 삶을 누렸다. 생필품은 배를 이용해 받았고 전기는 직접 제작한 태양열 발전기로 공급했다. 소셜미디어 활동도 하며 7만명이 넘는 팔로워를 모았다.
하지만 모란디는 2021년 섬을 생태 환경 교육장으로 바꾸려 한 이탈리아 당국에 의해 쫓겨났다. 이후 인근 라 마달레나섬 등에서 생활한 그는 생전에 한 인터뷰에서 “나는 고요함에 너무 익숙해졌다. 지금은 끊임없는 소음에 시달리고 있다”고 말했다.
김이현 기자 2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