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효진 기자의 사모 몰랐수다] 전도하라, 오늘이 마지막 날인 것처럼

입력 2025-01-11 03:02
어린 시절 작은 쿠키 한 조각이나 학용품을 건네며 용기 있게 전도하던 모습은 이제 온데간데없고 내 주변 이웃이 누군지도 모른 채 살아간다. 새해에는 실천하는 용기를 가지고 전도의 열매를 맺어보겠다고 다짐해 본다.게티이미지뱅크

유년 시절 나는 교회에서 ‘전도왕’이었다. 열혈 전도왕이 된 데는 나만의 전략이 있었다. 새 학기가 시작되면 학급에서 착한 친구를 찾아 친해지고 “교회는 정말 재밌어”라며 관심을 끌었다. 간단한 학용품을 건네면 효과는 더 좋았다.

전도축제 날이 되면 “교회에 가자”고 제안했고 주일 아침이면 집으로 전화를 걸어 약속을 정했다. 그리고 내 것과 친구의 헌금을 미리 준비해 집 앞에서 기다렸다가 함께 교회로 갔다. 새 친구와 예배당에 들어설 때면 나는 마치 영웅이 된 듯 어깨를 으쓱하며 뿌듯함을 느꼈다.

1990년대 교회는 전도 축제 기간에 전도왕에게 줄 멋진 자전거나 롤러스케이트를 강대상 앞에 전시하곤 했다. 어린 마음에 그 선물을 받고 싶어 1등을 목표로 삼았지만, 이 시기가 되면 유독 강렬해지는 전도사님의 천국과 지옥 설교를 들으며 “내가 전도하지 않으면 친구들이 지옥에 간다”는 두려움과 책임감이 생긴 것도 한 동기였다.

하지만 어린 시절 친구들에게 서슴없이 다가가 복음을 전하던 열정적인 전도왕은 어느덧 40대의 용기 없는 어른이 됐다. 온 동네를 뛰어다니며 “교회 가자”고 문을 두드리던 소녀는 이제 이웃이 누군지도 모르고 주변에 사람들에게도 굳이 기독교인이라고 드러내지도 않는 조용한 삶을 살아간다.

최근 병원에서 퇴원한 선배 사모를 만났다. 사모님은 지난해 10월 핼러윈데이 다음 날 서울 이태원에서 복음을 전할 기회가 있었다면서 “남편은 허가된 곳에서 마이크를 잡고 예수님을 당당히 선포했지만, 나는 사람들의 시선이 신경 쓰여 멀찍이 떨어져 있었다”고 털어놨다. 그런데 그날 집으로 돌아가던 중 ‘이제 정말 하나님 앞에 서는구나’라는 생각이 들 만큼 큰 사고를 당했다. 생사를 오가는 그 순간 사모님은 이태원에서 스쳐 간 사람들의 얼굴이 떠올랐고 ‘그들에게도 오늘이 마지막 날이었다면…’이라는 생각을 끝으로 기억을 잃었다고 했다. 다행히 기적적으로 살아난 사모님은 오늘 만나는 사람들과 만남이 마지막인 것처럼 전도에 열심이 됐다고 전했다.

사모님을 만나고 돌아오는 길, 말기 암으로 투병으로 세상을 떠난 친구의 장례식장에서 후회하며 울었던 기억이 떠올랐다. 용기를 내어 “교회 한번 가볼래”라고 물었다가 거절당한 뒤로 나는 한발 물러서 다시 기회만 엿보다가 영영 기회를 놓쳐버리고 말았다. 그때 느꼈던 안타까움과 자책감은 지금도 내 가슴 한 쪽에 쓰리고 따가운 가시처럼 박혀있다.

지난달 24일 목회데이터연구소는 전국 교회 출석 성도 1000명과 담임목사 506명을 대상으로 한국교회의 ‘선교와 전도’ 실태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목회자들은 ‘전도를 지금보다 강화해야 한다’고 응답(86%)했다. 반면 성도들은 ‘전도할 용기가 없어서’(25%) ‘신앙 수준 부족’(20%)과 ‘모범적인 삶 부족’(20%) 등을 이유로 전도를 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나는 왜 전도가 어렵다고 생각하지’라는 질문을 스스로 던져본다. 개인의 삶과 가치를 중시하는 시대에 전도를 시도했다가 거절당할까 두려운 마음이 가장 큰 것 같다. 상대에게 부담을 주고 싶지 않은 심리도 크다. 그러나 구원에 대한 절박함과 다급함을 경험한 이들에게 전도는 소중한 이들에게 던지는 마지막 구원의 밧줄이다. 죽음이나 재난 앞에선 이들에겐 구원받을 마지막 순간이 될 것이다. 전도는 영혼 구원의 최후 보루이다.

“하나님께서 전도의 미련한 것으로 믿는 자들을 구원하시기를 기뻐하셨도다.”(고전 1:21)

새해가 시작됐다. 지난 아쉬움과 후회는 흘려보내고 “주는 그리스도시며, 살아계신 하나님의 아들이심”(마 16:16)을 전파하는 한해를 만들어 보겠다고 결심해 본다. 주변을 돌아보자. 오늘 하나님이 내게 맡기신 한 사람이 있는가. 당신의 마음속 한 사람이 누구인가. 지금 바로 기도하고 안부를 묻자. 그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고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와 구원의 은혜, 천국 복음을 진솔하게 전할 수 있는 오늘이 되길 바란다.


박효진 기자 imher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