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 피지컬 AI

입력 2025-01-09 00:40

사람들이 인공지능(AI)에 본격적인 관심을 갖게 된 건 2016년 바둑 AI ‘알파고’가 이세돌 9단을 꺾으면서다. 영화 ‘터미네이터’ ‘2001년 오딧세이’ 등에서 AI의 존재와 위력을 보았지만 공상과학 정도로 여겼었다. 무수한 경우의 수가 있는 바둑 성격상 AI가 인간을 넘으려면 한참 멀었다고 봤는데 베일을 벗자 다들 충격을 받았다.

AI는 1950년대 처음 등장했고 그 실용 연구가 착수된 건 약 30년이 지난 80년대 중반 선진국들이 중심이었다. 알파고 출현은 30년을 건너 뛰었는데 그후 AI 발전 속도는 혀를 내두를 정도다. 2022년 11월 생성형·대화형 AI 챗GPT의 등장은 ‘알파고 쇼크’를 애교있는 수준으로 만들었다. 인간의 언어와 글을 자유자재로 활용하는 챗GPT는 산업, 연구, 문화, 의료 등의 분야에서 게임체인저가 됐다.

2025년부터는 인간과 닮은 로봇과의 본격 동행을 마주할 참이다. AI 반도체 시장을 주도하는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6일(현지시간) 세계 최대 IT 박람회 ‘CES 2025’ 기조 연설에서 “생성형 AI 다음은 피지컬(physical·물리적) AI”라고 말했다. 피지컬 AI는 로봇, 자율주행차와 같은 실물 하드웨어에 탑재되는 AI다. 피지컬 AI는 생성형 AI와 달리 뭔가를 떨구거나 굴리거나, 물건을 쥘 때 어떻게 해야 하는지 등 물리적 활동에 관한 학습이 중요한데 엔비디아는 이를 돕는 AI 플랫폼 ‘코스모스’를 출시한다고 밝혔다. 챗GPT 같은 생성형 AI를 개발하는 플랫폼 ‘쿠다’로 AI 칩 시장을 석권하더니 ‘코스모스’로 피지컬 AI 시장도 선점하겠다는 야망을 드러냈다.

그리스어로 ‘질서’란 의미의 코스모스는 조화로운 우주로 통한다. 코스모스의 반대어가 ‘혼돈’의 카오스다. 지금의 한국 상황이 딱 카오스다. 바다 건너서 ‘피지컬 AI’의 미래가 소개된 즈음에 한국은 계엄·탄핵발 각종 ‘피지컬 충돌’로 뒤덮이고 있다. 4차 산업혁명의 코스모스 진입이 시급한데 지금 우리는 정치와 진영 갈등에 발목이 잡혀 있다. IT 강국을 자부하던 한국의 기막힌 현실이다.

고세욱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