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서 ‘콘서트+설교’… “복음 전하려 ‘뜻밖의 초대’ 엽니다”

입력 2025-01-11 03:03
송경부 예수길교회(카페더트리) 목사가 지난 6일 서울 서초구 카페더트리에서 카페형 교회를 시작하게 된 계기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신석현 포토그래퍼

서울 서초구 직장인이 오가는 한 골목 속 파릇파릇한 녹색 식물로 꾸며진 하얗고 모던한 양식의 카페 건물이 눈길을 사로잡았다. 언뜻 깔끔하고 예쁜 보통의 카페로 보이지만, 입구에 들어서서 왼쪽 벽면을 바라보면 빼곡하게 못이 박힌 십자가가 이 카페의 특별함을 예감케 한다.

이곳은 송경부(65) 예수길교회 목사가 운영하는 카페 ‘카페더트리’다. 주중엔 ‘착한 가격’으로 양질의 커피를 제공하는 이 카페에선 매주 주일 다른 풍경이 펼쳐진다. 카페 공간 위아래에 마련된 예배 공간에 30여명의 교인이 모여든다. ‘세상 속으로 들어가는 교회’를 꿈꾸며 도심 선교에 힘쓰는 송 목사를 지난 6일 카페더트리에서 만났다.

카페인가 교회인가… 뜻밖의 초대

“혹시 나가야 하나요?”

카페에 앉아있다 우연히 ‘뜻밖의 초대’를 받게 된 손님 중에 일부는 조용히 카페를 빠져나가려 하거나 이런 질문으로 반응한다. 그러면 송 목사는 “계셔도 괜찮으니 편하게 있어 주세요”라고 화답한다. 그렇게 예정에 없던 초대를 받은 손님은 클래식 콘서트의 관람객이 된다.

송 목사가 한 달에 한 번꼴로 진행하는 ‘뜻밖의 초대(Surprise Invitation)’란 이름의 콘서트다. ‘뜻밖의 초대’라는 이름은 초대를 하는 우리와 초대를 받는 이 모두가 예상치 못한 것이지만, 이 역시 하나님이 계획하시고 인도하신 초대라는 함축적인 뜻을 담고 있다. 성악가와 피아노 반주자, 악기 연주자로 구성된 팀이 매회 클래식 음악, 가요, CCM 등 문화 공연을 선보인다. 예약하고 참석하는 관객도 있지만 카페에 방문했다가 깜짝 참석을 하게 되는 경우도 있다. 관람객에게는 핑거푸드와 도시락 등 음식도 무료 제공된다.

콘서트의 또 다른 특별함은 바로 말씀이다. 콘서트마다 복음을 전하는 코너가 꼭 포함된다. 송 목사는 “약 15분 공연을 진행한 후에는 꼭 3분 동안 말씀을 선포하고 참석자들을 축복하는 기도를 한다”며 “그 뒤 다시 공연을 이어가는데 반응이 좋다”고 말했다.

창출 수익은 선교·구제로

송 목사가 커피를 만드는 모습. 신석현 포토그래퍼

송 목사가 이런 카페형 교회를 꾸리게 된 데엔 미국에서 목회하던 시절 한 패밀리 레스토랑을 방문했던 경험이 계기가 됐다. 그는 “편안하고 아늑한 분위기의 레스토랑이었으며 그때의 방문이 즐겁고 행복한 추억으로 자리 잡았다”며 “그때를 회상하며 교회도 패밀리 레스토랑처럼 편안하고 즐거운 장소가 됐으면 하는 마음으로 레스토랑 교회를 고안했고, 그렇게 탄생한 게 예수길교회(카페더트리)”라고 말했다.

카페에서 커피를 팔긴 하지만, 이곳의 방점은 사업이 아닌 교회에 있다. 송 목사는 커피를 팔아 수익을 내는 것에 그치지 않고 ‘세상 속으로 들어가는 교회’를 꿈꾸며 지역 직장인에게 다가갈 방법을 고민했다. 카페에 방문한 지역 직장인에게 즐거움과 복음을 동시에 전할 수 있는 이벤트인 ‘뜻밖의 초대’ 콘서트가 그 결과물이다.

송 목사는 “무슨 일을 하든지 마음을 다하여 주께 하듯 하라는 골로새서 3장 23절 말씀을 마음에 새기며 카페를 운영하고 있다. 겉으로는 세상 속 비즈니스같이 보일지 몰라도 하나님의 부르심을 받고 섬기는 마음으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양질의 커피로 지역 직장인을 섬기고, 창출한 수익은 ‘뜻밖의 초대’를 통해 다시금 선교와 구제로 흘려보내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벤트라고 부르지만 결코 쉬운 길은 아니었다. 처음엔 매주 목요일 정오마다 콘서트를 했지만, 작은 개척교회가 카페 수익만으로 지속하기엔 무리가 있었다. 교회 위치를 현재 있는 양재로 옮기면서 매월 진행하기 시작했다. 이름도 ‘클래식 워십’을 줄인 ‘클래십’ 콘서트로 시작해 현재에 이르기까지 여러 번 바뀌었다. 송 목사는 “코로나19까지 덮치며 중단됐던 콘서트를 최근 다시 비정기적으로 진행하면서 지금의 이름을 붙이고 기지개를 켜게 됐다”고 말했다.

세상으로 들어가는 교회

송 목사는 ‘뜻밖의 초대’를 카페를 넘어 더 넓은 영역으로 확장하려 하고 있다. 그는 “현재 카페와 요양원, 불우이웃을 위한 교회연합 하우스콘서트 등을 진행하고 있는데, 앞으로 양로원이나 시골교회에서 노래교실 프로그램을 진행해 복음을 전하려는 계획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 외에도 어디든지 우리를 필요로 하시고 불러주시는 곳에 기꺼운 마음으로 달려가고 싶다”며 “불우한 곳, 해외 등 상관없이 대가를 바라지 않고 오로지 소명으로 자원해서 열심히 연습하는 우리 연주자들이 설 수 있는 무대의 장이 늘어날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또 다른 계획은 기도학교다. 그는 “카페교회이다 보니 손님 가운데 종종 예배공간에서 기도하기 원하시는 분들이 있다”면서 “최근에도 카페 손님 중 지하에 있는 예배공간을 발견하고 이곳에서 기도해도 되냐고 묻는 분들이 있었다. 흔쾌히 허락하니 이들이 뜨겁게 기도하기 시작했고, 그 모습이 가슴에 울림을 주었다”고 전했다.

세상을 살아가는 현대인들이 도심 속에서도 부담 없이 기도할 수 있는 공간을 주고, 기도를 돕겠다는 꿈이 생긴 이유다. 송 목사는 “앞으로 기도학교 프로그램을 시작해 기독교인들이 십자가를 삶 속에서 함께 짊어지는 ‘십자가 생활화’를 이뤄나갈 수 있도록 돕고 싶다”고 말했다.

조승현 기자 chos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