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설교] 하나님이 희망입니다

입력 2025-01-09 03:03

날씨가 우중충하고 스산할 때 흔히 을씨년스럽다고 합니다. 이 말의 어원은 을사년스럽다입니다. 1905년 을사년에 일본에게 국권을 빼앗긴 때의 분위기를 말하는 것입니다. 그 후 120년이 흐른 2025년 다시 찾아온 을사년은 을씨년스럽게 시작됐습니다. 비상계엄과 탄핵으로 국론은 분열됐고 나라 경제는 침체의 늪으로 빠져들고 젊은이들은 미래가 보이지 않는다고 말합니다. 이러한 때 가장 염려스러운 것은 희망 없음입니다. 희망을 세울 기초가 다 무너져 내렸는데 어디서 희망을 불러올 수 있습니까. 과연 희망이 있습니까.

비행하던 여객기가 난기류 속으로 빠졌습니다. 설상가상으로 왼쪽 날개의 엔진이 꺼졌습니다. 조종사는 안간힘을 써서 그 난국에서 헤쳐 나오려고 했습니다. 그러나 전기 장치도 말을 듣지 않았습니다. 할 수 없이 조종사는 승객들에게 기내 방송을 통해 말했습니다. “죄송하지만 우리는 지금 심각한 위험에 처해있음을 알려드리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이제 우리를 구할 수 있는 건 하나님뿐입니다.” 그 이야기를 듣던 한 승객이 옆자리 앉은 사제에게 조종사가 지금 한 말이 무슨 뜻이냐고 물었습니다. 그러자 사제가 대답했습니다. “우리에게 아무 희망도 없다는 겁니다.”

이 이야기는 안토니 델로의 우화집에 나오는 이야기입니다. 사람들은 더 이상 희망이 없는 곳에서 오직 구해주실 분은 하나님밖에 없다고 표현합니다. 사람들은 자신이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다 하고도 더 이상 기대를 걸 곳이 없을 때 비로소 하나님을 찾습니다. 하나님만이 희망이라고 말합니다. 그러나 우리는 처음부터 오직 하나님만이 희망이라고 고백하는 사람들입니다. 희망을 하나님께 두고 열린 가능성을 향해 눈을 열어두고 있는 사람들입니다.

예레미야의 예언은 크게 두 부분으로 이뤄져 있습니다. 하나는 절망의 예언이고 다른 하나는 희망의 예언입니다. 이스라엘 백성의 죄가 너무 커서 하나님의 채찍을 맞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나라가 망하고 바벨론 포로가 될 것이라고 절망의 예언을 했습니다. 그러나 이어서 예레미야는 바벨론 포로 생활 70년이 지나면 하나님께서 다시 그들을 예루살렘으로 돌아오게 하시겠다는 희망의 예언을 하고 있습니다.

“여호와께서 이와 같이 말씀하시니라 바벨론에서 70년이 차면 내가 너희를 돌보고 나의 선한 말을 너희에게 성취하여 너희를 이곳으로 돌아오게 하리라.”(렘 29:10) 70년이라는 긴 절망의 복역 기간을 거친 후에야 다시 고국으로 돌아올 수 있다는 희망이 약속된 것입니다.

하나님만이 우리의 희망입니다. 어떤 고난, 어떤 역경, 박해, 시련 속에서도 하나님 안에 있으면 절망하지 않습니다. 이 고난들을 넉넉히 이길 수 있습니다. 왜냐하면 우리를 향한 하나님의 생각이 희망이기 때문입니다. “너희를 향한 나의 생각을 내가 아나니 평안이요 재앙이 아니니라 너희에게 미래와 희망을 주는 것이니라.”(렘 29:11) 이 하나님의 생각을 믿으면 다시 꿈꿀 수 있습니다. 다시 시작할 수 있습니다. 고난 폭풍도 헤쳐갈 수 있습니다. 희망의 하나님, 희망으로 우리를 불러주시는 하나님께서 앞장서 가시기 때문입니다.

2025년 을사년은 을씨년스럽게 시작했지만 오직 희망이신 그분에게 마음을 두는 사람은 낙심하거나 절망하지 않을 것입니다. 눈에 보이는 것을 따르거나 헛된 환상을 버리고 우리를 향한 하나님의 생각에 마음을 두시기를 바랍니다. 하나님만이 우리의 희망입니다.

문병하 목사(양주 덕정감리교회)

◇문병하 목사는 경기도 양주 덕정감리교회 담임목사로 섬기고 있으며 바른감리교회협의회 회장, 감리교신학대학원 객원교수로 활동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