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원이 지난해 고려아연의 경영권 분쟁 과정에서 단행된 유상증자에 불공정거래 혐의가 있다고 보고 검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7일 금융계에 따르면 금감원은 지난해 10월 30일 2조5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발표한 고려아연 이사회와 경영진을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패스트트랙으로 이첩했다. 패스트트랙은 금융 당국이 조사 중인 불공정거래 혐의에 대해 검찰 수사가 긴급하게 필요하다고 판단될 경우 증권선물위원회의 심의를 생략하고 검찰에 통보하는 제도다.
금감원은 고려아연이 미리 유상증자를 계획하고 있었음에도 이를 숨기고 자사주 공개매수를 진행해 위법 소지가 있다고 봤다. 고려아연은 심지어 공개매수가 끝나기 전인 지난해 10월 14일 유상증자를 위한 실사를 진행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고려아연은 MBK파트너스·영풍과의 경영권 분쟁이 붙자 지난해 10월 4일부터 23일까지 경영권 방어를 위해 자사주를 공개매수하겠다고 발표했다. 10월 11일 공개매수 정정신고서를 통해 “공개매수 이후 재무구조 등에 변경을 가져오는 계획을 수립하고 있지 않다”고 공시하기도 했다.
하지만 공시내용과 달리 고려아연은 공개매수 종료 불과 일주일 뒤인 10월 30일 2조5000억원 규모의 주주배정 유상증자를 발표했다. 이후 고려아연 주가는 급락했다. 전날 154만3000원에서 유상증자 발표 당일 108만1000원으로 29.94% 떨어졌다.
다음 날인 10월 31일 함용일 금감원 부원장은 “증자 사실을 알면서도 공개매수신고서에서 ‘중대한 재무 변동이 없다’고 고의로 알렸다면 중요 사항이 누락된 허위 신고이자 부정 거래”라며 “부정 거래가 성립하면 증권사도 방조한 혐의가 있다”고 설명했다. 결국 고려아연은 11월 13일 유상증자 계획을 철회했다.
고려아연은 “공개매수가 끝난 10월 23일부터 유상증자를 위한 실사를 진행했지만 보고서에 ‘14일부터’라고 잘못 기재한 것”이라는 입장이다.
구정하 기자 go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