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돌보고 기기 조작도 가능… 한·중·일 ‘집사 로봇’ 대전

입력 2025-01-07 18:52 수정 2025-01-08 00:01
삼성전자가 상반기 출시를 확정한 인공지능(AI) 로봇 ‘볼리’는 아이와 반려동물을 돌보는 집사 역할을 한다. LG전자도 연내 이동형 AI홈 허브(Q9)를 출시할 계획이다. 중국 TCL과 일본 믹시는 각각 ‘에이미’와 ‘로미’를 공개하며 AI 로봇 시장에서의 치열한 경쟁을 예고했다(왼쪽부터). 연합뉴스·LG전자·믹시 제공, 라스베이거스=백재연 기자

“스마트 인공지능(AI) 동반 로봇 ‘볼리’가 2025년 상반기에 출시될 예정이라는 것을 발표할 수 있어 기쁩니다.”

삼성전자 미국지사 소속 알라나 고메스-솔리스의 소개와 함께 노란색 공 모양의 로봇 볼리가 화면에 등장하자 미국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 ‘CES 2025 삼성 프레스 콘퍼런스’에 참석한 1300여명이 일제히 환호하며 뜨거운 박수를 보냈다.

세계 최대 정보기술(IT)·가전 전시회 CES 2025 개막을 하루 앞둔 6일(현지시간) 삼성전자의 AI 로봇 발표를 시작으로 CES가 열리는 라스베이거스 컨벤션센터(LVCC)에서는 한국과 중국, 일본 3개국의 AI 로봇 경쟁이 불붙었다.

볼리는 사용자의 패턴을 지속적으로 학습해 진화하는 AI 로봇이다. 다양한 사물인터넷(IoT) 기기를 조작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아이와 반려동물을 돌보는 역할도 수행한다. 보호자의 시야 밖에 있는 아이나 반려동물을 모니터링해 이상 상황이 발생하면 사용자에게 알려준다.

LG전자는 가정용 AI 로봇인 이동형 AI홈 허브(Q9)를 연내 출시할 계획이다. Q9은 집안 가전과 IoT 기기들을 연결해 제어할 수 있고, 화면에 나타나는 눈으로 감정을 나타내거나 춤을 출 수도 있다.

삼성전자 부스와 나란히 자리한 중국 TCL 전시관에 갔더니 로봇 ‘에이미(Ai Me)’가 귀여운 표정으로 반긴다. 새의 둥지가 알 모양 본체를 품은 듯한 디자인으로 설계된 에이미는 가족을 돌보는 집사 로봇이다.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출시할 예정인 로봇처럼 IoT 연결을 통해 가정 환경을 제어할 수 있으며, 시간이 지나면서 사용자의 정보를 학습한다. 이곳에서 만난 TCL 관계자는 “우리는 로봇을 기계적인 디자인으로 만들 수도 있었지만 이는 가족을 위한 로봇이며, 이런 앳된 얼굴이 사용자와의 상호 작용에 유리하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일본 기업 믹시(Mixi) 부스에선 초고령화사회를 어느 나라보다 먼저 겪고 있어선지 반려로봇을 선보여 눈길을 끌었다. 물방울 모양의 ‘로미(Romi)’는 사용자와의 과거 대화를 기억하며, 스크린으로 다양한 표정을 표현해 교감을 나눌 수 있다. 믹시가 독자적으로 개발한 AI를 기반으로 대규모 대화 데이터를 학습해 자연스러운 대화가 가능하다. 믹시는 이 로봇으로 CES 혁신상을 받았다.

아직까지는 엔비디아를 대표한 미국에 기술력이 밀리지만 한·중·일 3국은 AI 로봇에 투자를 집중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집사 로봇에서 휴머노이드 로봇으로의 전환이 그리 오래 걸리지 않을 것”이라며 “전환의 시기에 어느 나라 기술력이 가장 앞서나가 있는지가 관전포인트”라고 말했다. 로봇 시대가 열리면서 2023년 약 400억 달러(약 58조원) 규모였던 로봇 시장은 2032년 약 1570억 달러(약 228조원)로 급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라스베이거스=백재연 기자 energ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