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올해 수출이 연간 7000억 달러 고지를 밟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 지난해 수출과 나란히 ‘역대 최대’를 경신한 외국인 직접투자도 호조가 이어질 것으로 봤다. 하지만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과 중국발 공급 과잉, 국내 정치 불안 등 산적한 하방 요인을 고려하면 낙관적 예측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정인교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은 7일 정부세종청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올해 수출은 (지난해 목표였던) 7000억 달러를 넘을 수 있지 않을까 조심스레 예측해본다”고 말했다. 외국인 직접투자에 대해서도 “제조업 기반과 넓은 자유무역협정(FTA)망 등 한국의 강점들이 여전히 유효하다”고 전망했다.
산업부에 따르면 지난해 수출액은 6838억 달러로 1년 전보다 8.2% 늘어 역대 최대 기록을 갈아치웠다. 9대 주요 시장 중 미국·중국 등 7개 시장이, 15대 주요 품목 중 반도체·선박을 비롯한 8개 항목이 증가세를 보인 전반적 호조였다. 외국인 직접투자도 같은 기간 345억7000만 달러(신고 기준)로 5.7% 증가해 최대치를 기록했다. 특히 일본(375.6%)과 중국(266.1%)의 투자액이 가파르게 늘었다.
통상 당국은 올해 전 세계적인 수요 확대가 수출 증가를 견인할 것으로 내다봤다. 지난해 340억7000만 달러로 9년 만에 최대 실적을 달성한 해외 플랜트 수주도 수출 증가 요인으로 꼽았다. 외국인 직접투자는 미·중 갈등과 전 세계적 공급망 재편 과정에서 반사 이익을 누릴 수 있다는 기대감을 드러냈다. 정 본부장은 “예상보다 더 많은 외국인 직접투자를 유치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다만 수출액이 7000억 달러를 달성하려면 올해 수출은 지난해보다 2.4% 이상 증가해야 한다. 정부가 지난 2일 경제정책방향에서 예측한 수출증가율(1.5%)보다 높다. 정 본부장은 “1.5% 증가율은 거시경제 차원의 전망”이라면서 “현재 개별 지역·품목별로 (수출 예상치를) 추정하고 있는데 이를 거시지표와 다시 맞춰보고 발표하겠다”고 밝혔다.
관건은 대내외 변수다. 오는 20일 출범하는 트럼프 2기 무역 정책이 대표적이다. 지난달 산업연구원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대표 정책인 보편관세를 시행할 경우 한국의 대미 수출액이 최소 9.3%, 최대 13.1% 감소할 수 있다고 예측했다. 중국의 제조업 수출이 급증하면서 국내 산업의 실적이 악화하는 중국발 공급 과잉 우려도 존재한다. 정 본부장은 “(공급 과잉에 대비해) 모니터링 강화와 무역구제 제도 활용 등 대응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여기에 12·3 비상계엄 사태가 촉발한 국내 정치 불확실성도 여전한 상황이다.
이날 전망과 관련해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는 “기존의 수출 규모와 원화 약세를 생각하면 7000억 달러 달성도 가능성이 있지만, 이는 한국이 보편관세 등의 영향을 최소화하는 데 성공한 낙관적 시나리오에 한한다”고 말했다.
세종=이의재 기자 sentine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