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초부터 63빌딩 시공사인 신동아건설의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 신청 소식이 전해지면서 건설업계의 위기감도 고조되고 있다. 지난해 건설경기 침체로 어려운 시기를 보냈지만 올해도 마땅한 반등 요인이 없다. 탄핵정국 장기화와 고환율 등이 더해지면서 건설업계 안팎에서는 “생존이 목표”라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7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국내 시공능력평가 58위 신동아건설은 전날 법원에 기업회생절차를 신청했다. 신동아건설 관계자는 “공사비 상승에 따른 분양가 상승, 분양실적 부진, 공사비 미수금 및 금융비용 누적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경영활동을 지속하기 어렵다고 판단해 기업회생절차를 신청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신동아건설은 책임 준공을 맡은 일부 현장에서 대규모 미분양이 발생했다. 공사비 미수금이 누적되며 상황이 경영이 악화했다. 타운하우스 개발사업도 불투명한 전망으로 프로젝트 파이낸싱(PF) 전환에 실패했다. 경기침체, 공사비 급등, ‘서울·지방’ ‘아파트·비아파트’ 양극화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시공순위 50위권 중견 건설사의 법정관리 신청에 건설업계는 위기의식을 공유하고 있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이달 중 각사의 지난해 4분기 영업실적이 나올 텐데 벌써 흉흉한 소문이 들린다”며 “올해에는 생존이 목표라는 분위기가 있다”고 말했다.
부도가 난 건설업체 수는 4년 연속 증가세다. 국토교통부 건설산업지식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부도난 건설업체는 모두 30곳으로 2019년(49곳) 이후 가장 많다. 2021~2024년 12곳→14곳→21곳→30곳으로 늘고 있다. 이 중 83%(25곳)가 지방 소재 건설사다.
건설업계 양극화로 중견·중소 건설사는 더 어렵다. 부동산R114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분양시장에서 10대 건설사(2024년 시공능력평가 기준) 물량이 49.8%로 절반에 달했다. 특히 서울에서는 82.8%를 기록하며 더 집중됐다. 한 10대 건설사 관계자는 “건설 경기가 안 좋아 큰 회사들도 예전에 안 하던 자잘한 일감을 가져가니 중소기업들은 더 힘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정부는 지난해 말 국내 건설경기 회복을 위해 공공 부문 공사비 현실화, 민자사업 활성화를 통한 공공투자 확대 방침 등을 내놨지만 얼마나 효과적일지는 미지수다. 공사비 현실화는 공공부문에 한정된다. 정부는 가계 대출 관리와 부동산 PF 관리·감독 강화 등을 시행하면서 민간투자도 활성화시킨다는 입장이지만 방향성이 상충하는 문제가 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건설사들의 유동성이 문제인데 현재 상황으로는 채권 발행 등도 예전처럼 쉽지 않다”며 “일부에선 구조조정을 빨리해야 한다고 하지만 이 역시 쉽지 않다”고 말했다.
길어지는 탄핵 정국은 건설사의 어려움을 가중시킨다. 건설사 또 다른 관계자는 “기업들은 차라리 조금 손해를 봐도 불확실성이 사라지는 걸 선호한다”며 “빨리 탄핵정국이 끝나야 기업들도 다음을 생각할 수 있다”고 말했다.
권중혁 기자 gree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