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점 옆 면세점, 같은 자리 다른 운명

입력 2025-01-08 01:33
신세계면세점 부산점. 신세계면세점 제공

부산 해운대구 센텀시티에 나란히 위치한 신세계백화점 센텀시티점과 신세계면세점 부산점의 희비가 엇갈렸다. 백화점은 비서울 백화점 최초로 국내 매출 ‘톱3’에 오르는 쾌거를 이뤘지만, 면세점은 실적 부진으로 폐점을 검토하고 있다.

신세계면세점을 운영하는 신세계디에프는 부산점에 대한 특허권 반납을 검토 중이라고 7일 밝혔다. 신세계면세점 부산점은 2026년까지 영업 허가를 받았다. 하지만 운영난이 계속되며 사실상 영업 지속이 어려운 상황이라는 설명이다.

백화점면세점판매서비스노동조합(노조)은 이날 서울 중구 신세계면세점 본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고용 책임을 촉구했다. 노조 측은 “신세계면세점이 지난달 30일 협력업체들에 폐점 계획을 전달했다”며 인력 감축에 대해 구체적으로 논의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직고용 직원에게는 희망퇴직을 시행한 반면 협력업체 노동자에 대한 대책은 마련되지 않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신세계디에프는 지난해 11월 중순부터 ‘비상경영 태스크포스(TF)’를 가동하며 구조조정을 진행해왔다. 입점 브랜드 감소로 그달에는 영업 면적 약 25%를 축소했으며, 연말부터 주 7일 영업을 주 5일로 단축했다. 면세점업계 전반이 고환율, 글로벌 경기 침체, 관광 소비 변화로 타격을 입었기 때문이다. 거기에 시내 면세점은 고객 유치에도 한계가 있어 경영에 어려움이 컸다고 분석된다. 롯데면세점 역시 유사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 롯데면세점은 지난해 6월 비상경영체제에 돌입했으며, 8월에는 희망퇴직을 실시했다.

반면 면세점 바로 옆 신세계백화점 센텀시티점은 최대 실적을 올렸다. 오프라인 유통업계가 부진한 가운데서도 일부 대형 백화점 중심으로는 호실적을 내는 상황이 극명하게 확인된다. 신세계 센텀시티점은 2016년 매출 1조원을 달성한 뒤 2023년부터 2년 연속 2조원을 돌파하면서 지난해 롯데 본점 실적을 앞질렀다. 이로써 신세계는 전국 1위(강남점)와 3위 점포를 동시에 갖게 됐다.


그러나 백화점도 어디나 잘 되는 것은 아니다. 전체적인 성장세는 둔화됐다. 지난해 롯데·신세계·현대·갤러리아·AK 등 5대 백화점 68개 점포의 전체 거래액은 39조8002억원으로 전년 대비 0.9% 증가에 그쳤다.

수도권과 비수도권 간 양극화를 해결해야 한다는 중대 과제에 직면해 있다. 매출 1조원을 달성한 전국 12개 점포 중 신세계 센텀시티점, 대구점, 롯데 부산본점 3개를 제외하면 모두 수도권이다. ‘1조클럽’에 드는 12개 점포의 거래액은 전년 대비 5.0% 증가해 전체 백화점 매출의 53%를 차지했다. 반면 지방 56개 점포의 거래액은 3.3% 감소했다. 80% 이상이 역성장을 기록했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백화점 양극화는 이커머스로 인한 소매업의 노후와 지방 인구 소멸 두 가지가 결합된 결과”라며 “운영난을 겪는 지방 점포를 중심으로 매년 1~3곳이 폐점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다연 기자 id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