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류·패션업계가 어느 때보다 추운 겨울을 맞았다. 길어지는 경기 불황과 패션 트렌드 양극화로 고전하던 패션업계는 비용 절감으로 허리띠 졸라매기에 나섰다. 당장 올해 채용 규모를 대폭 줄일 것으로 예상된다. 기존 인력에 대한 구조조정 가능성도 제기된다. 소비심리가 좀처럼 올라오지 않으며 전망 또한 어둡다.
7일 한국섬유산업연합회(섬산련)의 ‘2024년 섬유패션산업 직무별 인력실태 조사’에 따르면 올해 국내 의류·패션 기업 249개사의 채용 계획은 지난해 채용인원(5049명)보다 70.6% 감소한 1483명으로 조사됐다. 신입사원 채용 규모 감소 폭은 81%(2516명→488명)로 더 크다.
아예 뽑지 않는 직군도 있다. 패션기획과 물류관리 부문에선 신입과 경력 모두 채용 계획이 전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들은 패션제품유통 파트에서도 신입을 고용할 계획이 없다고 답했다. 경영관리 인력은 가장 큰 폭으로 인원 감축될 것으로 예상된다. 인력 구조조정 가능성도 커졌다. 코오롱FnC는 지난해 12월 직원 50여명에게 권고사직 또는 직무 변경을 제안한 바 있다. 업황이 회복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는 게 인력 감축의 결정적인 이유로 꼽힌다. 의류산업은 경기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 경기가 악화하면 의류 소비부터 줄이는 경향이 있다. 옷을 생필품의 개념이 아닌 사치재로 인식하기 때문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의복 부문 소매판매액(불변)지수는 지난해 12월(-0.7%)부터 올해 10월(-2.7%)까지 11개월째 하락세를 나타냈다.
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 계속되는 탄핵정국은 소비심리에도 악영향을 미쳤다. 패션업계 한 관계자는 “연말연시 모임이 줄고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낮으니 ‘옷은 사서 뭐 하나’라고 생각하는 분들이 적잖다”며 “새 옷을 입고 기분 전환을 하거나 외출을 하고 싶다는 마음이 들어야 하는데 사회 분위기가 너무 어둡다”고 말했다. 저가의 SPA 브랜드나 고가의 럭셔리 브랜드로 쏠림 현상이 점점 짙어지는 것도 의류시장 침체의 원인으로 꼽힌다. 시장 자체가 작아지니 중소 브랜드의 부진이 짙어진다는 지적이다.
예상하기 어려운 날씨도 실적에 악영향을 미친다. 지난해엔 기나긴 무더위로 간절기 의류 판매가 부진했다. 날씨가 예상보다 춥지 않아 겨울철 의류도 기대만큼 팔리지 않았다. 단가가 높은 가을·겨울 신상품 재고가 쌓이는 것도 수익성 악화의 핵심 원인으로 지목된다.
패션 대기업들은 일부 브랜드를 철수하거나 재정비하는 분위기다. 코오롱FnC는 최근 럭키마르쉐 영업을 종료한 데 이어 남성복 프리커와 여성복 리멘터리의 운영을 중단했다. 삼성물산 패션부문은 메종키츠네 골프 라인을 철수했고, LF는 랜덤골프클럽과 티피코시 사업을 종료했다. 패션업계 관계자는 “의류·패션업은 경제뿐만 아니라 사회와 정치 등의 영향도 크게 받는다”며 “단기간에 돌파구를 찾아내는 일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고 말했다.
박성영 기자 ps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