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 둔촌주공 잔금대출 경쟁

입력 2025-01-08 00:00 수정 2025-01-08 00:00
연합뉴스

새해 들어 연간 대출 총량이 ‘초기화(리셋)’된 은행권이 단군 이래 최대 재건축으로 불리는 서울 강동구 올림픽파크포레온(둔촌주공)에 집단대출(잔금대출) 한도를 늘리고 있다. 대출 규제 완화 움직임이 뚜렷해진 가운데 은행 간 경쟁에 불이 붙는 모습이다.

7일 금융권에 따르면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이 올림픽파크포레온에 배정한 잔금대출 한도는 기존 9500억원에서 1조5500억원으로 늘어났다.

전날 KB국민은행은 3000억원을 추가 배정하며 기존 3000억원에서 총 6000억원 규모로 잔금대출 한도를 키웠다. 시중은행 가운데 가장 큰 규모다. NH농협은행도 이달부터 올림픽파크포레온 잔금대출에 2000억원 한도를 증액했다. 기존 한도를 더하면 총 4000억원 규모다. 우리은행도 이달 들어 1000억원을 추가 배정했다. 새해 들어 추가 대출 여력이 생기자 기존 500억원의 2배 수준을 증액한 것이다.

앞서 신한은행과 하나은행은 각각 1000억원, 3000억원 규모로 잔금대출 한도를 배정했다. 추후 수요에 따라 한도 확대 가능성은 열어둔 상태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기존 한도가 소진되면 추가 한도 부여를 긍정적으로 검토 중인데 다른 은행 상황도 비슷할 것”이라고 말했다.

잔금대출은 신규 분양이나 재건축·재개발 입주 예정자에게 개별 대출심사 없이 일괄 승인해주는 구조다. 통상 금융채 금리에 가산금리를 붙이고 우대금리를 적용해 대출금리를 산정한다. 입주 예정자들은 시행사와 협약을 맺은 은행 중 금리 등을 고려해 직접 대출받을 은행을 고를 수 있다.

국내 최대 규모의 재단축 단지인 올림픽파크포레온은 최대 3조원 규모의 대출 수요가 예상된다. 이에 은행권 경쟁도 과열되면서 대출 한도뿐만 아니라 금리 경쟁도 치열해진 분위기다.

KB국민은행은 가산금리로 애초 제시한 1.5% 포인트보다 낮은 1.3% 포인트를 제시했으며, 신한은행도 1.5% 포인트에서 1.3% 포인트로 하향 조정했다. 하나·NH농협은행의 가산금리도 1.3% 포인트로 낮아졌다.

은행권이 새해 들어 대출 문턱을 일제히 낮추면서 하반기 입주를 앞둔 수요자들은 불안에 떨고 있다. 상반기부터 대출 총량을 채우면 지난해처럼 하반기 대출 수요자들이 피해를 볼까 우려하는 상황이다. 이에 대해 은행권 관계자는 “월별·분기별로 가계대출 증가세를 관리할 방침”이라며 “지난해처럼 겨울에는 대출이 막히는 일이 없도록 연초부터 조절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김준희 기자 zuni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