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끌로 집 사느라…’ 가계 소득 늘었는데 여윳돈 감소

입력 2025-01-07 18:39

지난해 3분기 가계 여유자금이 전분기 대비 3조5000억원가량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대출 규제 시행을 앞두고 주택 구매를 위한 ‘영끌’ 수요가 몰리면서 대출이 늘어난 영향이다.

한국은행이 7일 발표한 ‘2024년 3분기 자금순환(잠정)’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가계 및 비영리단체의 순자금운용 규모는 37조7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전분기 41조2000억원보다 3조5000억원 감소한 수치다. 순자금운용은 지난해 1분기(77조6000억원)에 크게 불어난 후 2분기와 3분기 모두 그 증가 폭이 축소했다.

순자금운용은 예금·채권·보험·연금 준비금으로 굴린 돈(자금운용)에서 금융기관 대출금(자금조달)을 뺀 금액으로 통상 경제주체가 쓸 수 있는 여유자금을 뜻한다.

지난해 3분기의 경우 자금운용 규모 자체는 확대됐지만, 자금조달이 더 큰 폭으로 증가하면서 순자금운용이 줄었다. 지난해 3분기 가계의 자금운용 규모는 57조6000억원으로 전 분기 55조7000억원 대비 1조9000억원 늘었다. 반면 자금조달 규모는 14조6000억원에서 19조9000억원으로 5조3000억원 증가했다. 한은은 주택담보대출 등 주택 구입을 위한 차입이 늘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3분기 전국 아파트 입주물량은 7만9000호로 2분기(7만7000호)보다 늘었고, 개인 아파트 순취득도 2분기 5만3000호에서 3분기 7만2000호로 증가했다.

김성준 한은 자금순환팀장은 “가계 소득은 늘었지만, 주택 취득이 늘어나면서 가계 여유자금 증가 폭이 다소 줄었다”면서도 “다만 지난해 3분기 명목 GDP(국내총생산)가 더 크게 증가하면서 명목 GDP 대비 가계부채비율은 90.8%로 2분기(91.1%)보다 낮아졌다”고 설명했다.

부동산 등으로 돈이 몰리면서 예금 등 금융기관 예치금은 지난해 2분기 21조8000억원에서 3분기 10조5000억원으로 반 토막이 났다. 이는 2014년 4분기(9조1000억원) 이후 최저치다. 금리 인하로 예금 금리 매력이 떨어진 것도 영향을 끼쳤다.

황인호 기자 inhovato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