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오동운 공수처장, 법이 우롱당한 사태 반드시 바로잡으라

입력 2025-01-08 01:20
오동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이 7일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원질의를 듣고 있다. 이병주 기자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의 윤석열 대통령 체포영장난맥상 등 내란 수사 과정의 숱한 혼선은 결국 극한 대결의 후진적 정치에서 비롯됐다. 사법체계를 뒤흔드는 수사권 조정을 현 야당 세력이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라 강행하면서 법률 곳곳에 뚫렸던 구멍이 이번 사태에서 고스란히 드러났다. 내란죄의 수사 주체부터 모호한데 공수처의 이첩 요구권은 너무 강해 사건을 덜컥 가져갔고, 수사 지휘권도 불분명해 영장 집행을 경찰에 맡기려다 철회하는 해프닝을 빚었으며, 공수처가 대통령 권한대행에게 요청한 경호처 지휘는 ‘대통령(실)의 공수처 사무 개입’을 금지한 공수처법에 역설적으로 가로막혔다. 망가진 정치가 부른 비상계엄 사태에 법적 책임을 물으려 했더니, 그것을 위한 수사 시스템조차 이미 정쟁에 망가져 있었다. 이 사태가 정리되는 대로 반드시 바로잡아야 할 부분이다. 공수처의 존폐까지 포함해 근본적인 수술에 나서야 한다.

그보다 앞서 당장 필요한 일은 법을 집행하는 것이다. 피의자들이 국가 수사기관의 소환에 대놓고 불응하고, 법원이 발부한 영장마저 물리력으로 저지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권력의 정점인 대통령과 경호처가 법을 무시하며 벌이는 행태를 선례가 되도록 놔둔다면 법치 국가에서 ‘법 위의 존재’를 인정하는 꼴이 된다. 공수처의 영장 집행 실패는 국가기관의 무능을 넘어 이 나라의 법질서를 위태롭게 만드는 일이었다. 오동운 공수처장이 7일 국회에서 “국민께 죄송하다”며 사과한 것으로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영장 집행을 저지해 공무집행방해 피의자로 입건된 경호처장마저 경찰 소환에 두 차례나 불응했다. 대통령 관저에는 여러 겹 차벽이 더 두터워지고 철조망이 추가로 설치됐다. 법에 저항하는 물리적 장벽 안에 윤 대통령이 머무는 기간이 길어질수록 우롱당한 법치의 상처는 더욱 깊어질 수밖에 없다. 공조수사본부의 역량을 총동원해 법을 집행하는 것만이 현 상황을 조금이라도 바로잡는 길이다.

거처를 ‘요새’로 만드는 윤 대통령은 자신이 외쳐온 법치를 스스로 훼손하고 있다. 국민을 배신하는 일이다. 속히 멈추고 법의 명령을 따라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