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가짜 뉴스”라 했지만… 관세 완화 보도에 환율 16원 급락

입력 2025-01-08 00:00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핵심 공약인 ‘보편 관세’ 정책이 다소 완화될 것이란 보도가 나오면서 원·달러 환율이 급락했다.

7일 서울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오후 3시30분 기준 전 거래일보다 16.20원 하락한 1453.50원에 거래됐다. 간밤 워싱턴포스트(WP)가 트럼프 당선인의 참모들이 보편 관세 공약을 일부 핵심 품목에만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하면서 달러 강세 현상이 약화한 결과다. 트럼프 당선인은 취임 즉시 중국산 모든 제품에 60%, 그 외 국가의 모든 제품에 대해 10%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혀왔는데, 물가 우려와 정치적 반발을 고려해 관세 부과 항목을 축소하는 방향을 검토하고 있다는 내용이다.

보도 이후 트럼프 당선인은 소셜미디어를 통해 “WP 기사는 가짜 뉴스”라며 부인했지만 보편 관세 완화에 대한 시장의 기대감은 쉽게 사그라지지 않았다. 해당 논의에 스콧 베센트 재무장관 지명자와 하워드 러트닉 상무장관 지명자 등이 참여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는 장중 1% 이상 하락했다. CNN 방송에 따르면 베센트 지명자는 모든 상품에 보편적 관세를 부과한다는 방침에 완전히 동의하지 않는다. 러트닉 지명자도 관세를 협상 수단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지지해왔다.

외국인 투자자의 국내 증시 매수세도 환율 하락 요인으로 작용했다. 또 국민연금의 환 헤지 물량이 유입되면서 환율 하락 폭이 커졌다. 박상현 iM증권 연구원은 “최대 약 480억 달러(69조5760억원)로 추정되는 전략적 환 헤지(환율 변동 위험 분산) 물량이 외환시장에 유입되면서 환율의 하락 폭을 확대했다”고 분석했다.

다만 원·달러 환율이 추세적으로 하락한다고 보기엔 이르다는 분석이 나온다. 달러 강세를 지지할 이슈들이 충분히 해소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위안화 약세 압력도 원화엔 부담이다. 현재 달러 대비 위안화는 7.30원 이상 수준에서 거래되고 있다. 박 연구원은 “위안화 가치가 안정을 찾기 위해선 트럼프 정책 불확실성이 해소되고, 중국 자체적으로 시장의 기대를 충족하는 경기부양책이 구체화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장은현 기자 e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