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사각 독거·노숙환자 치료비 지원… 651명에 건강 선물

입력 2025-01-08 03:00
선한 사마리아인 SOS 프로젝트 수혜자 정상기씨의 여동생 정이랑(왼쪽)씨와 송익상(오른쪽)씨가 퇴원 후 연세의료원에 보내온 감사편지. 연세의료원 제공

정상기(가명·64)씨는 가족과 소식이 끊어진 채 홀로 살아온 기초생활보장 수급자다. 3년 전 몸이 불편해 연세의료원을 찾은 정씨는 급성 파종성 뇌척수염 진단을 받았다. 한 달가량 입원치료 후 몸은 나았지만 치료비가 걱정이었던 그에게 병원이 손을 내밀었다. 연세의료원이 운영하는 ‘선한 사마리아인 SOS 프로젝트’의 도움으로 치료비를 후원받은 것이다.

이 프로젝트는 정씨와 가족들의 인연도 다시 이어줬다. 병원 측이 가족을 수소문해 정씨의 소식을 전했다. 큰오빠의 소식을 들은 막냇동생 정이랑(가명·51)씨는 이번 기회를 통해 가족과 하나 됨을 경험했다며 병원 측에 감사편지를 보냈다.

“얼굴도 보지 못한 생면부지 환자에게 도움을 주는 일은 방송에서나 있다고 생각했는데 나에게 일어나는 걸 보고 도무지 믿기지 않았습니다. 저희 네 남매는 이번 일을 계기로 왕래의 끈이 이어지고 가족의 소중함을 깨닫게 됐습니다. 또 더불어 사는 삶의 소중함을 잊지 말아야겠다고 다짐했습니다.”

독거환자 노숙환자 등 복지 사각지대에 있는 환자를 돕는 선한 사마리아인 SOS 프로젝트가 오는 20일 11주년을 맞는다. 병원 측은 7일 “지금까지 23개 교회와 38명의 개인 후원자 등을 통해 13억1309만4863원이 모금됐고 651명의 환자가 도움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이 프로젝트는 뜻있는 교회들의 협력으로 시작됐다. 원목실을 중심으로 서울 경기 지역 교회가 연합해 종잣돈을 마련했다. 경동교회 만나교회 베이직교회 안양교회 예일교회 원천교회 정동제일교회 조이어스교회 종교교회 청파교회 평광교회 등 11개 교회와 업무 협약을 체결했고 개인 후원자의 후원금까지 총 1억800만원으로 사업이 시작됐다. 2016년에는 운영지침을 변경해 보호자가 있지만 돌봄을 받지 못하는 응급환자와 동일 조건에 해당하는 외국인 환자까지 수혜 대상을 확대했다.

수혜자 중에는 삶의 희망을 되찾은 환자도 있었다. 송익상(가명·63)씨는 청각장애인 2급으로 노숙인 시설에서 기초수급비를 받으며 생계를 유지해 왔다. 30년간 노숙인을 대상으로 영정 사진을 찍어주는 봉사까지 하던 그는 삶이 너무 힘들다는 생각에 가양대교에서 투신했다. 구조 후 두개골과 쇄골 골절, 양쪽 어깨 탈구로 수술을 받아야 하는 상황에 놓였던 그는 이 프로젝트를 통해 치료를 받고 지금은 건강한 생활을 하고 있다.

송씨는 “후원해 주셔서 거듭 감사하다”며 “마음을 다잡고 노숙인 사진 봉사 재개를 준비하고 있다. 앞으로 어떤 어려움이 있어도 극단적인 생각은 하지 않고 힘내 살아갈 것”이라고 전했다.

곽호철 연세의료원 원목실장은 “지난 11년간 수많은 이를 도울 수 있었던 건 오직 하나님의 은혜와 함께 양손 모아 기도하며 후원해 주신 후원자들 덕분”이라며 “하나님께서 누구도 버림받지 않도록 사랑하신다는 것을 많은 사람이 경험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유경진 기자 yk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