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음속의 12배에 달하는 신형 극초음속 중장거리탄도미사일(IRBM) 발사에 성공했다고 발표했다. 기존 극초음속 미사일보다 더 낮은 고도로 더 빠르게 날 수 있어 어떤 방어망도 돌파할 수 있다는 게 북한 주장이다. 우리 군은 그러나 북한 주장이 과장됐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면서 ‘기만 작전’이라고 평가했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미사일총국은 6일 신형 극초음속 중장거리탄도미사일 시험발사를 성공적으로 진행했다”고 7일 보도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극초음속 미사일 체계는 국가 안전에 영향을 줄 수 있는 태평양 지역의 임의의 적수들을 믿음직하게 견제하게 될 것”이라며 “그 어떤 조밀한 방어장벽도 효과적으로 뚫고 상대에게 심대한 군사적 타격을 가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화상감시체계로 발사 장면을 참관했으며, 딸 주애가 동석했다. 시험발사 현장 지도는 장창하 미사일총국장이 맡았다.
북한은 이번 미사일의 공식 명칭을 별도로 발표하지 않았다. 다만 통신에 공개된 사진을 보면 탄두부가 활공체형(HGV)이며 무늬 모양이 화성포-16나형과 흡사하다. 지난해 4월 발사 이후 새로운 소재와 기술을 도입한 개량형으로 추정된다. 홍민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북한은 최근 극초음속 미사일 관련 시험발사 때마다 ‘신형’을 붙였다”며 “동일 모델의 개량 과정에 신형을 계속 붙이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통신은 “1차 정점 고도 99.8㎞, 2차 정점고도 42.5㎞를 찍으며 예정된 비행 궤도를 따라 비행해 1500㎞ 계선의 공해상 목표 가상수역에 정확히 탄착됐다”고 미사일 성능을 보도했다. 이 주장이 사실이라면 ‘활공체형’ 극초음속 미사일의 특징인 저고도에서 두 차례 풀업 기동으로 ‘상승-하강’을 반복하는 변칙 비행을 어느 정도 구현한 셈이다. 2차 정점고도(42.5㎞)는 지난해 4월에 쏜 화성포-16나형(72.3㎞)보다 30㎞가량 낮아진 것이다. 현존 한·미 미사일 방어체계로는 요격하기 쉽지 않은 고도다.
이는 전날 합동참모본부가 북한의 미사일이 1100㎞ 비행했다고 분석한 것과는 차이가 있다. 우리 군은 북한이 기만 작전을 펼치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이성준 합참 공보실장은 “북한이 주장하는 비행거리와 2차 정점고도 등은 기만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며 “비행거리는 1100㎞였고, 2차 정점고도는 없었다”고 말했다. 앞서 북한은 화성포-16나형 발사 때도 사거리가 1000㎞라고 주장했지만 합참은 600㎞를 비행한 것으로 분석했다.
북한은 오는 20일 출범하는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와의 협상 상황을 상정하고 새로운 무기체계를 서둘러 확보하기 위해 이번 미사일 시험발사를 진행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통일부 관계자는 “트럼프 대통령 취임을 2주 앞둔 시점에 미국에 대해 존재감을 부각하려는 의도”라며 “군사·기술적인 수요도 있는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박준상 이택현 기자 junwit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