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릿한 걸음에 초점 없는 눈, 느린 반응속도를 가진 좀비는 어느 순간 TV에서 사라졌다. 그 자리를 채운 건 예민한 귀와 반응속도, 빠른 달리기 실력을 지닌 K좀비들이었다. 비슷한 좀비들의 모습이 식상해질 때쯤 쿠팡플레이 시리즈 ‘뉴토피아’가 조금은 정감 가는 ‘옛날 좀비’들을 소환했다.
서울 영등포구 콘래드 호텔에서 7일 진행된 ‘뉴토피아’의 제작발표회에서 윤성현 감독은 “2000년대 이후 좀비의 형태가 굉장히 빠르고 공포스러운 존재로 변했다”며 “이제는 1970~80년대에 나왔던 느리고 유머러스하고, 귀여운 느낌을 주기도 하는 좀비물이 신선한 시기가 됐다고 생각했다”고 전통적인 좀비물을 만든 이유를 설명했다.
‘뉴토피아’는 늦깎이 군인 재윤(박정민)과 공대 여신 출신 신입사원 영주(지수)가 갑자기 서울 한복판에 출몰한 좀비 떼를 뚫고 서로를 향해 달려가는 이야기를 그린 좀비 로맨틱 코미디다. 군대, 취업, 연애, 결혼 등 청년들의 눈앞에 놓인 다양한 고민이 좀비 바이러스의 창궐이란 재난 앞에 무의미해지며 벌어지는 아이러니를 코믹하게 담아냈다.
이 드라마는 여러 이유에서 눈길을 끈다. 영화 ‘파수꾼’과 ‘사냥의 시간’으로 주목받은 윤 감독이 만든 첫 시리즈물이자 코미디 작품인 데다, 박정민과 세 번째로 호흡을 맞춘 작품이다. 박정민은 “저는 ‘파수꾼’으로 데뷔했고, 15년이란 시간 동안 항상 감독님을 가장 감사한 사람으로 생각하고 있었다. 그래서 감독님의 출연 제안을 거절할 이유가 없었다”고 말했다.
또 그룹 블랙핑크의 지수가 드라마 ‘설강화’(2021) 이후 연기에 복귀하는 작품이기도 하다. 솔로 앨범을 낸 다른 멤버들과 달리 지수는 독립 후 첫 행보로 연기를 택했다. 지수는 “좀비물을 많이 봤지만, 이 대본엔 좀비뿐 아니라 알록달록한 사건도 많더라. 처음 보는 형태의 좀비 드라마가 탄생할 것 같아 궁금했다”고 말했다. 기존 좀비물과는 다른 길을 택한 ‘뉴토피아’는 다음 달 7일 쿠팡플레이에서 공개된다.
정진영 기자 yo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