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립 골드버그 주한미국대사가 2년 6개월간의 한국 근무를 마치고 7일 본국으로 떠났다. 후임 대사가 정해지기까지 ‘대북통’ 조셉 윤 전 미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가 대리대사를 맡게 됐다. 미국이 주한대사 이임과 동시에 공백을 메울 대사대리를 즉각 임명한 건 이례적이다.
골드버그 대사는 인천국제공항 출국장에서 취재진과 만나 “지금 한국은 어려운 시기를 겪고 있지만, 한국인들이 잘 극복하리라 믿는다”며 “한국은 굉장한 나라이고 위대한 민주주의가 계속해 작동하며 문제를 해결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골드버그 대사는 오는 20일 출범하는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북한과 대화에 나설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우리는 조건 없는 대화를 북한에 제의했지만 그들은 응하지 않았다. 다음 행정부에서 대화가 가능할지 모르겠다”고 답했다. 그는 대북 문제와 관련해서는 “북한은 미사일과 핵 위협을 지속하고 있고 이는 유엔 결의안을 위반하는 것”이라며 “우리는 북한에 비핵화 관련 협상들을 제안했고, 이는 다음 행정부에서도 추진해야 할 중요 원칙”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곧 출범할 미국 신(新)행정부에 대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그의 행정부는 미국 국민이 민주주의 원칙을 믿고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2년반 동안 제 집이자 큰 애정을 가졌던 한국을 떠나게 됐다. 시원섭섭한 감정과 아쉬움을 안고 떠난다”며 출국 심정을 표하기도 했다.
골드버그 대사는 또 “며칠 안에 조셉 윤이 올 것”이라며 대리대사 임명 사실도 확인했다. 미국 대사는 최소 수개월 걸리는 연방 상원 인준을 거쳐야 하지만 대리대사는 바로 부임할 수 있다. 탄핵 정국의 불확실성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중량감 있는 인사를 배치해 한·미 관계 안정을 모색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윤 대리대사는 대표적인 대북 협상가로 꼽힌다. 미 국무부 동아태 부차관보, 6자 회담 수석대표, 주말레이시아 대사와 트럼프 1기 행정부에서 대북정책특별대표를 거쳤다. 트럼프 2기의 첫 주한미국대사로는 한국계 미셸 박 스틸 전 의원 등이 거론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박민지 기자 pm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