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경 봉명산, 아찔한 출렁다리 너머 성채 같은 백두대간

입력 2025-01-09 00:05
경북 문경시 문경읍 봉명산 기슭에 조성된 출렁다리 뒤로 깎아지른 암벽으로 이뤄진 주흘산이 장엄하게 서 있다.

경북 문경은 국토의 중심부에 위치하고 있어 예나 지금이나 사통팔달의 교통요충지다. ‘영남의 관문’으로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고갯길인 하늘재를 비롯해 고갯길의 대명사 문경새재, 토끼비리 등 옛길뿐 아니라 중부내륙고속도로와 국도 3호선이 지나는 데다 지난해 10월에는 중부내륙선 철도까지 개통됐다. 여기에 올해 초부터 시내버스가 무료로 운영돼 대중교통을 이용한 접근성이 더 좋아졌다.

중부내륙선 1단계 구간인 이천 부발~충주 구간이 2021년 12월에 연결된 데 이어 충주~문경 구간 39.2㎞가 지난해 11월 30일 개통되면서 경기도 성남시 판교에서 문경까지 약 90분이면 이동할 수 있게 됐다. 기존 성남 판교역에서 충주역까지만 운행하던 준고속철도 KTX-이음이 앞으로는 살미역, 수안보온천역, 연풍역을 거쳐 문경역까지 하루 왕복 8회 운행한다. 판교역에서 첫 열차는 오전 8시50분 출발하며, 마지막 열차는 오후 9시36분에 운행을 마친다. 소요시간은 승용차 이용 대비 30분 이상, 시외버스 대비 90분 이상 단축된다.

문경역에 내리면 바로 앞 마원리에 문경읍의 앞산 봉명산(鳳鳴山·697m)이 있다. 석탄과 흑연이 많이 생산되는 곳으로, 과거 전국 석탄 생산량의 10%를 차지했던 봉명광업소가 있었다. 석탄을 캐던 곳은 폐광됐지만 최근 새로운 볼거리로 사람들을 불러들이고 있다. ‘봉명산 출렁다리’다.

문경역 바로 앞을 흐르는 조령천을 건너면 출렁다리로 가는 370여 개의 오르막 계단 길을 만난다. 계단 길 끝에 팔각정인 관산정이 반긴다. 완만한 길을 따라가다 주탑의 130여 계단을 오르면 출렁다리에 닿는다. 폭 1.5m, 길이 160m의 출렁다리는 봉명산 능선을 따라 땅에서 25m 높이에 설치됐다. 다리에 올라서면 발아래 문경읍내가 한눈에 들어오고 멀리 북쪽으로 수십 길 벼랑을 이루는 거대한 장벽처럼 웅장한 문경의 진산(鎭山) 주흘산이 손에 잡힐 듯 가까이 다가온다.

주흘산(主屹山)은 해발 1106m로 대한민국 100대 명산 중 하나다. 청화산 백화산 희양산 조령산 포암산 황장산 등 1000m 안팎의 봉우리가 이어지는 백두대간 110㎞가 지나는 문경 땅에서도 대표적인 산이다.

문경새재 제1관문인 주흘관 인근에서 올라가는 길이 있다. 문경새재는 조선이 개성에서 한양으로 수도를 옮기면서 한양을 중심으로 한 새로운 교통망이었던 영남대로 9개 국도 가운데 부산에서 한양까지 가는 가장 짧은 구간이었다. 영남 선비들이 과거를 보러 다니고, 보부상들이 봇짐을 메고 넘던 길이었다. 해발 1000m 넘는 조령산과 주흘산이 좌우에 버티고 있는 천혜의 요새이기도 했다.

임진왜란이 일어난 1592년 왜장 고니시 유키나가(小西行長)의 1만8500명 선봉대는 가파른 문경새재에 이르러 주춤한다. 삼도순변사 신립의 조선군은 험준한 새재 지형을 살려 승부를 내야 했다. 하지만 충주 달천평야(탄금대)에 배수진을 치는 치명적 오판을 해 8000명 전군이 전멸하는 패전을 당했다.

산행은 공영주차장을 출발해 주흘관~여궁폭포~혜국사~주봉에 오른 뒤 원점회귀한다. 주흘관을 통과하면 이정표가 우측으로 주흘산 4.5㎞를 알려준다. 여궁폭포까지는 800m다. 해발 320m에 자리한 휴게소를 지나면서부터 서서히 가파른 돌길이 시작된다. 얼마 오르지 않아 만나는 높이 20여m의 여궁폭포가 발걸음에 멈추게 한다. 폭포의 형상이 마치 여인의 하반신과 같다고 하여 이름 붙여졌다. 여심폭포로도 불린다. 폭포 위로 웅장한 바위가 양쪽으로 솟아 폭포를 감싸고 있다.

주흘산 주봉에 서면 발아래로 갈비뼈처럼 뻗어 내린 능선과 지느러미처럼 날을 세운 관봉(해발 1038m), 그리고 그 자락의 끄트머리에 자리잡은 문경읍내가 시원하게 조망된다.

문경새재도립공원 내 생태미로공원에는 4종류의 미로와 생태습지, 생태연못, 조류방사장 등이 마련돼 있다.

주흘관에서 나오면 오른쪽에 4개의 테마로 2020년 4월 개장한 문경새재 생태미로공원이 있다. 측백나무로 만들어진 도자기 미로·연인의 미로·생태미로와 돌로 조성된 돌미로를 비롯해 생태습지, 생태연못, 조류방사장, 초가집, 어린이 놀이시설 등 다양한 볼거리와 즐길거리를 갖추고 있다. 미로마다 설치돼 있는 도자기 및 연인 조형물을 활용한 추억의 인생샷도 남길 수 있다.

영강체육공원과 산양면 반곡리를 잇는 길이 280m의 보행교는 중간에 송정산과 연결하는 길이 112m의 출렁다리와 만나 T자형을 이루고 있다.

문경에서 최근 조성된 출렁다리는 지난해 6월 문을 연 영강 보행교다. 문경시의 젖줄인 영강을 가로지르는 도심 속 힐링 공간이다. 영강체육공원과 산양면 반곡리를 이은 폭 2.5m, 길이 280m의 이 다리는 중간에 송정산과 연결하는 길이 112m의 출렁다리와 연결해 영강의 아름다운 정취와 스릴을 즐길 수 있다. 특히 야경이 아름다워 해가 진 뒤 저녁 나들이하는 시민들이 많이 이용한다. 중간에 유리 전망대도 있고 무지개피아노 등 어린이들이 좋아할 만한 시설도 갖췄다.

여행메모
국민여가캠핑장 평일 특별할인
주흘산 2코스, 13㎞·5시간 소요

봉명산 출렁다리는 중부내륙고속도로 문경새재나들목에서 가깝다. 출렁다리를 건너 봉명산 트레킹로드를 이어가면 삼국시대에 쌓은 것으로 추정되는 마고산성(麻姑山城)에 이른다. 길이는 약 750m이며 높이 2~4m, 폭 3~5m이다.

KTX 중부내륙선 개통을 기념해 오는 2월 28일까지 문경을 찾는 관광객을 대상으로 국민여가캠핑장 특별할인 이벤트가 실시 중이다. 평일(주중 일~목) 이용객에 한해 적용된다.

웅장한 바위 사이 높이 20여m의 여궁폭포.

주흘산 등산은 두 코스로 나눠진다. 1코스는 제1관문~여궁폭포~혜국사~정상~부봉~동문·북문~제3관문으로, 17.8㎞에 약 8시간40분 소요된다. 2코스는 제1관문~여궁폭포~혜국사~정상~조곡골~제1관문으로, 13㎞에 5시간 안팎 걸린다. 주흘산, 봉명산출렁다리, 영강보행로 모두 주차 및 입장료가 무료다.



문경=글·사진 남호철 여행선임기자 hcna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