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천지, 채찍 안 먹히자 당근으로 세 규합 나섰나

입력 2025-01-08 03:01 수정 2025-01-08 14:14
신천지 이만희 교주가 지난 1일 송구영신 모임에서 올해 표어인 ‘사랑과 축복의 해’라고 적힌 종이를 들어보이고 있다. 신천지 탈퇴자 제공

한국교회 주요 교단이 이단으로 지정한 신천지예수교증거장막성전(신천지)이 올해 표어를 ‘사랑과 축복의 해’로 정하면서 이례적이라는 진단이 나오고 있다. ‘마지막’ ‘심판’ 등 공격적 단어를 앞세웠던 그동안의 표어와 상반돼 이 같은 변화의 배경에도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이단·사이비 전문가들은 교주의 고령화와 충남대 총동아리연합회 횡령 사태 보도 등으로 신천지 내부 상황이 불안정하기 때문에 이런 표어가 나왔다고 분석했다.

7일 국민일보가 단독으로 입수한 신천지 영상에는 이만희 교주가 송구영신 모임에서 ‘사랑과 축복의 해’라는 표어를 발표하는 장면이 등장한다. 영상에 나오는 또 다른 신천지 관계자는 이번 표어를 두고 “약속의 목자와 신천지를 사랑해야 한다는 의미”라며 “또 바벨론에 남아 있는 안타까운 이들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열심히 전도해야 한다. 그래야 복 받는다”고 설명했다. 신천지가 전도에 더욱 열을 올리겠단 취지로도 해석된다.

신천지는 북한의 주체 연호와 유사하게 단체 설립 연도인 1984년부터 ‘신천기’라는 자체 연호를 사용하고 있으며 교주의 승인에 따라 핵심 표어를 정해 왔다. 그동안 신천지 표어는 ‘하나님 통치, 마지막 일곱 번째 나팔소리와 흰 무리 창조 완성의 해’(2020년) ‘불변의 믿음과 승리의 해’(2021년) ‘천국비밀 마지막 나팔 흰 무리 창조의 해’(2022년) ‘일심단결 목적 달성의 해’(2023년) ‘바벨론 심판의 해’(2024년) 등으로 올해와는 확연히 구별된다.

양형주 바이블백신센터 원장은 이날 국민일보와 통화에서 “지난해 바벨론의 심판을 운운했던 신천지는 이를 통해 내부 결속을 도모했지만 경기관광공사의 파주 임진각 평화누리공원 대관 승인 취소, 충남대 총동아리연합회 횡령 발각 등의 일들이 터지면서 내부 동요가 나타나고 있다”며 “불이나 심판 등 위협적인 단어를 통한 내부 결속 전략이 먹히지 않자 사랑을 강조하면서 당근을 제시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교리를 비롯해 체제와 표어 등을 정통교회와 비슷하게 바꿔가려는 노력이라는 주장도 나왔다. 윤성민 물고기상담소장은 “신천지 측은 고령인 이만희 교주의 사망 이후를 대비하고 있다”며 “탈퇴자 사이에선 ‘국내에서 교세 확장이 어려워지자 결혼을 독려해 아이를 낳음으로써 이를 늘리려는 의도가 아닌가’란 의견도 나온다”고 밝혔다. 이어 “표어가 환대하는 언어로 바뀐 만큼 신천지 내 유약자나 경계선에 선 신천지인이 포교 대상으로 정해질 수도 있다”며 주의를 요구했다.

김동규 기자 kky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