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승중 목사의 선교적 삶] 시간의 거룩함을 회복하라

입력 2025-01-08 00:32

2025년 을사년의 해가 밝았다. 하나님의 은혜로 올해란 귀중한 시간을 선물로 받았다. 성경에 보면 세상의 모든 피조된 것 가운데 ‘거룩’이란 단어를 최초로 사용한 대상이 ‘시간’이다. “하나님이 그 일곱째 날을 복되게 하사 거룩하게 하셨으니….”(창 2:3) 우리는 하나님이 최초로 거룩하게 한 이 시간을 너무 쉽게 흘려보내고 낭비하고 있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 성경은 시간을 아끼고(redeem), 하나님의 뜻을 분별하는 지혜로운 삶을 살아 시간의 거룩함을 회복하라고 말씀한다. 바로 “세월을 아끼라 때가 악하니라”(엡 5:16)는 말씀이다.

그리스도인은 주어진 한정적인 시간을 참으로 소중하게 여기면서 지혜로운 삶을 살아야 한다. 여기서 말하는 ‘시간을 소중하게 여기는 지혜로운 삶’을 위해선 세월을 아껴야 한다. ‘아낀다’는 의미의 헬라어 표현 ‘엑사고라조’는 ‘속량하다’ ‘구속(救贖)하다’ ‘다시 산다’는 뜻이다. 즉 값을 지불하고 시간을 사 내 것으로 만든다는 의미다. 이 때문에 영어 성경은 해당 본문을 “Make your time the best”라는 말로 의역했다. ‘네가 가진 시간을 어떤 값을 치러서라도 최선의 시간으로 만들라’는 것이다.

어떤 이는 시간을 생명이라고도 말한다.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이 곧 생명 그 자체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시간을 하나뿐인 생명처럼 소중히 아낄 필요가 있지 않겠는가. 어떤 대가를 치러서라도 시간을 구속해야 하는 이유다. 지혜로운 사람은 단순히 세월을 사는 존재가 아니라 세월을 구속하는 존재가 돼야 한다. 흔히들 세월을 그냥 사는 것으로 생각한다. 안타깝게도 인간이 사는 건 실제로는 살아가는 게 아니라 죽어가는 것이다. 매일 죽어 가는 게 인생인 셈이다. 흔히 쓰는 ‘소일(消日)한다’는 말이 꼭 이 뜻이다. 즉 ‘하는 일 없이 시간을 보낸다’는 이 말은 결국 생명처럼 소중한 시간을 죽이고 있다는 말과 같지 않은가. 안타깝지만 이것이 하나님을 알지 못하는 세상 사람이 살아가는 모습이다.

성도들은 결코 단순히 세월을 사는 존재가 되어선 안 된다. 생명 같은 시간을, 대가를 치러 구속하는 지혜로운 사람이 돼야 한다. 마태복음 25장을 보면 주님께서 사람들을 양과 염소로 나눠 심판하는 장면이 나온다. 염소로 분류된 이들은 예수께서 작은 자의 모습으로, 즉 헐벗은 자와 병든 자, 가난한 자와 옥에 갇힌 자, 목마른 자의 모습으로 찾아갔을 때 아무런 반응 없이 자기만의 삶을 살았다. 반면 양으로 분류된 이들은 작은 자들을 찾아서 옷을 주고 돌보고 먹고 마실 것을 주며 약자를 영접하는 값을 치렀다. 이렇게 해서 주어진 기회를 붙잡은 이들은 그냥 지나칠 수도 있는 사건을 주님의 명령을 따르는 거룩한 시간으로 바꿨다. 주어진 기회를 그저 지나치지 않고 ‘네 이웃을 네 몸과 같이 사랑하라’는 주님의 말씀을 실행하는 거룩한 시간으로 만든 것이다. 곧 자신들에게 주어진 시간을 구속한 셈이다. 이런 식으로 이들은 구별된 삶, 즉 시간을 거룩하게 하는 삶을 살았다.

시간에 몸을 맡기고 세상 가운데 산다고 해서 정말 사는 것이 아니다. 우리에게 주어진 소중한 삶의 순간은 그냥 흘러가는 시간이 아니기 때문이다. 하나님을 더 가까이 만나고 이웃을 사랑하고 섬기는 일로 한층 더 깊이 주님께로 나아갈 때 진정으로 사는 것이다. 이것이 시간의 거룩함을 회복하며 선교적 삶을 살아가는 성도의 모습이다.

주승중 주안장로교회 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