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당시 개척했는데 부흥을 경험했습니다”

입력 2025-01-09 03:06
이태재 순전한교회 목사가 지난 3일 서울 강남구 교회 목양실에서 예배 사역의 중요성을 설명하고 있다. 신석현 포토그래퍼

지난 3일 방문한 서울 강남구 순전한교회(이태재 목사) 코람데오채플 입구. 하얀 벽 위에 파란색 문구로 쓰인 ‘순전한교회’ 옆에는 ‘순수’ ‘진심’ ‘성실’ ‘순결’ 등 교회 이름에 담긴 비전을 상징하는 20여개 단어가 나열돼 있었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많은 한국교회가 어려움을 겪은 시기, 순전한교회는 오히려 부흥을 맞는 ‘역설적인 은혜’를 경험했다.

2020년 1월 개척한 교회는 사역을 본격화하기도 전에 팬데믹을 마주해야 했다. 교회가 목숨 건 것은 오직 ‘순전한 예배’였다. 이날 교회 목양실에서 이태재(48) 목사를 만나 교회 비전과 사역 등에 관해 이야기를 나눴다. 다음은 일문일답.

-어려운 시기에 교회를 개척한 이유가 궁금하다.

“개척하기 직전 부교역자로 사역하던 교회의 성도 200명이 개척에 동참해주셔서 2020년 1월 5일 첫 예배를 드렸다. 두 달 뒤 팬데믹이 본격화되면서 모이지 못한 게 꼬박 2년 6개월이나 걸렸다. 그런데 역설적으로 온라인 예배를 통해 교회가 성장했다. 교회 간판이 있는 것도 아니고 제가 유명한 목회자도 아닌데 이런 일이 어떻게 생길 수 있는지 신기했다. 모두 뜨거운 예배 때문에 오셨다고 한다.

아무것도 없이 개척할 때 ‘하나님 앞에 깨끗한 물만 준비하자’고 다짐했다. 회중이 없는 온라인 예배를 드리면서 목숨 건 게 예배였다. 하나님이 기도 가운데 ‘(개척을 위해) 시작하라’는 마음을 주셔서 순종했다. 사실 순종이 어려웠는데 하나님 말씀대로 순종하는 게 가장 안전한 길이었다. 하나님의 은혜다.”

지난해 6월 태국 치앙라이에서 교회 단기선교 참가자들이 기념촬영을 한 모습. 순전한교회 제공

-어떤 예배를 준비했나.

“찬양과 기도, 말씀 등 본질적인 것이 가장 중요하다. 다만 다른 것보다 음향에 신경을 많이 썼다. 개척할 때 유일하게 도움을 요청한 분이 음향 전문가였다. 덕분에 온라인 예배임에도 음향을 잘 잡을 수 있었다. 성도들이 없는 빈 곳에서 드리는 예배일지라도 하나님을 바라보며 (때로는) 정신 나간 사람처럼 예배드렸던 것 같다. 팬데믹을 계기로 많은 성도는 온라인에서 무수한 영적 콘텐츠를 접한다. 성도들은 점점 깨끗한 물(생명수)을 원하는 것 같다.”

-성령의 임재가 있는 예배를 위해 어떤 준비가 필요한가.

“오래 목회한 건 아니지만 개척하고 보니 매년이 새롭다. 성도들이 ‘명목상 그리스도인’이 되지 않도록 말씀의 도전을 줘야 하며 그러려면 결국 원색적인 복음이 선포해야 한다. 사람이 아닌 하나님이 원하시는 메시지가 강단에서 전해져야 한다. 그런 면에서 강해 설교가 중요한 것 같다. 본문이 미리 정해져 있는데 설교할 때마다 (마치 이때를 위해) 말씀이 준비된 것처럼 느낀다.”

지난해 11월 교회 금요찬양집회인 '순전한 금찬'에서 이 목사가 기도하는 장면. 순전한교회 제공

-하나님 임재를 경험한 예배를 꼽는다면.

“저는 예수전도단(YWAM) 출신이다. 침례신학교를 다니다 예수전도단 제자훈련과정(DTS) 간사로 섬기며 영적 훈련을 받기 위해 신학 과정을 내려놨다. 2000~2002년 홍천DTS 간사로 섬겼던 저는 하나님께 기름 부어 달라며 잠자지 않고 예배하곤 했다. 기타 하나로 한 시간 넘게 예배드리면서 거룩한 목표 지점이 생겼다. 목회자가 하나님의 임재를 경험한 만큼 성도들을 이끌 수 있다는 것도 알게 됐다. 신학생 때 하나님이 어떤 분인지 경험하고 누리는 시간이 매우 필요한 것 같다. 이 시간을 통해 신학의 필요성을 더욱 느껴 다시 신학교로 재입학했으며 유학까지 결정했다.

2005년부터 2012년까지 미국 달라스침례대학교에서 예배와리더십 석사과정(MA), 사우스웨스턴침례신학교에서 목회학석사(MDiv)를 공부했으며 2008년 미국 남침례교단에서 목사 안수를 받았다. 유학 시절에 하나님의 임재가 있는 미국교회 예배에는 다 참여했던 것 같다.

어느 날 제가 다니던 학교에서 아침 예배를 드리는데 교수님이 우리의 죄에 대해 도전하셨다. 학생들이 예배를 드리다 앞으로 나와 자신의 수치스러운 죄를 고백하기 시작했다. 나중에는 모든 학생이 죄를 고백하는 시간으로 이어졌다. 회개만 해도 악한 영이 떠나고 자유롭게 되는 것을 봤다. 그렇게 시작한 아침 예배는 오후 3시까지 이어졌다. 저녁에도 학생들이 기숙사에서 자신의 죄를 고백하며 예상치 못한 부흥회가 열린 것이다.”

-개척 5주년을 맞는 교회의 비전과 올해 기도 제목을 나눠준다면.

“교회가 집중하는 것은 예배와 공동체(목장) 사역이다. 매주 예배 가운데 하나의 진리만 새겨도 1년이면 52개 진리가 새겨진다. 현재 성도들은 예배 때 하나님이 주신 은혜를 목장에서 나누며 기도한다. 두 가지가 충성스럽게 진행된다면 성도들이 건강하게 신앙생활 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하나님의 은혜로 예배를 사모하는 이들이 많아지면서 오는 5월 새로운 성전으로 입당할 예정이다. 하나님은 우리가 기대한 것보다 풍성하게, 우리가 감당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예배 처소를 허락해주셨다. 지역에서 필요로 하는 일을 하도록 하시지 않을까 소망한다.”

김아영 기자 singforyo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