겸재부터 루이스 부르주아·이대원까지… 올 미술전시 ‘거장들의 향연’

입력 2025-01-08 01:27
정선, ‘금강전도’(왼쪽·1734년, 종이에 수묵담채, 130.7×94.1㎝)과 이대원 ‘복숭아 밭’(1964년, 캔버스에 유화 물감, 129×80㎝). 호암미술관·국립현대미술관 제공

미술애호가라면 올해 봄·가을 두 번은 경기도 용인의 호암미술관을 꼭 다녀와야 할 것 같다.

2025년에도 국공립 및 사립미술관에서 전시를 쏟아내는 가운데 호암미술관의 전시 계획이 단연 눈에 띈다. 호암미술관은 4월 ‘겸재 정선’전과 8월 ‘루이스 부르주아’ 회고전을 열어 단연 눈에 띈다. 조선 후기 진경산수화의 대가 겸재 정선 전시에서는 지난 2015년 이후 10년 만에 국보 ‘금강전도’가 공개된다. 고서화 최대 보물 창고 간송미술관과 손잡고 하는 전시라 모처럼 눈이 호강할 기회다. 20세기 현대미술의 거장으로 거미 조각 ‘엄마’(Maman)로 유명한 루이스 부르주아 전시에서는 국내에서는 선보인 적 없는 초기 회화까지 두루 전시돼 부르주아의 작품 세계 변천사를 조망할 수 있다.

삼성가의 또 다른 미술관인 서울 용산구 리움미술관도 만만찮다. 2월에는 생태학에서 기술과학에 이르는 다학제적 접근을 바탕으로 현대사회 이슈를 폭넓게 다뤄 온 세계적인 프랑스 작가 ‘피에르 위그’전을 한다. 9월에는 인간과 기술의 관계, 유토피아적 모더니티, 인류의 진보주의적 열망과 실패에 대해 탐구한 국내파 여성 작가 ‘이불’전이 예정돼 있다.

국립현대미술관은 기획전이 돋보인다. 한국미술사에서 무시돼 온 초현실주의 경향의 작품을 조망하는 ‘초현실주의와 한국근대미술’이 4월 덕수궁관에서 개막하고, 장애인과 비장애인을 포함한 다양한 몸을 서로 이해하고 상호의존적 관계에서 발생하는 가능성을 살펴보는 기획전 ‘기울인 몸들: 서로의 취약함이 만날 때’가 5월 서울관에서 시작한다. 개인전으로는 12월 덕수궁관에서 시작하는 ‘한국적 표현주의 화가’ 이대원 회고전이 기대된다. 놀랍게도 국립현대미술관 첫 개인전이다. 이대원은 미술시장에서 지속적인 인기를 누려왔고, 그런 인기가 미술사적 가치를 가린 측면이 있다. 5월에 과천관에서 ‘한국미술 1900-1960’과 서울관에서 ‘한국미술 1960-1990’이라는 타이틀로 각각 상설전을 마련한 것도 점수를 줄 만하다. 국립현대미술관은 서울관에서 8월 ‘김창열’전을 통해 단색화 작가에 대한 릴레이 조명을 이어가고, 사립인 아트선재센터에서는 2월 단색화 작가 하종현의 초기 작업을 집중 조명하는 ‘하종현 5975’을 한다.

서울시립미술관은 8월 제13회 서울미디어시티비엔날레를 서소문본관에서 개막한다. 아모레퍼시픽미술관은 3월 고미술 기획전인 ‘조선민화대전’을, 8월에는 베니스비엔날레 미국관 출신인 미국 추상 작가 마크 브래드포드의 국내 첫 개인전을 연다.

손영옥 미술전문기자 yosoh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