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강석 목사의 詩로 쓰는 성경 인물] <24> 솔로몬

입력 2025-01-07 03:07

나만큼 세상의 모든 것을 누려 본 자가 있을까
부와 명예, 권력과 쾌락
구중궁궐 속에서
산해진미와 포도주로 보낸 향연의 나날
3000개의 경문(經文)과 1500편의 선율
초목과 동물, 바다의 이치를 꿰뚫고
저 먼 우주의 천문학에 능통하였으니
역사상 나만큼 지혜로운 사람이 또 있으랴
그러나 그 지혜를 가지고
해 아래서 존재하는 모든 일들을 연구해 봤으나
그것은 괴롭고 수고로운 것이었으며
헛되고 헛되고 헛되며
바람을 잡는 것과 같았으니
나의 고백서를 읽고서도
후대를 사는 사람들이여
여전히 허공 속의 바람을 붙잡으려고 하는가
오직 창조주를 경외하는 삶만이 영원히 남으리니
겨울 삭풍 속에서 시들고 말 풀과 꽃이여
바다로 흘러가는 강물들이여
허공으로 흩어질 티끌들이여.

시인(새에덴교회)

온갖 부귀공명을 지칭하는 성경의 표현법은, 솔로몬이라는 이름과 더불어 가능하다. 무엇보다도 그는 지혜의 대명사다. 잠언 전도서 아가의 지은이인 그는 노년에 쓴 전도서에서 세상의 '헛됨'을 직설적인 화법으로 선언했다. 그에게서 비롯된 통치의 잘못이 그 아들 르호보암에 이르러 왕국의 분열을 일으키게 되니, 과연 그의 시적 선언은 허언(虛言)이 아니었다. 시인은 솔로몬의 입을 빌려 '후대를 사는 사람들'에게 경고한다. '허공 속의 바람'을 붙잡으려 하지 말고 '창조주를 경외하는 삶'만이 영원히 남는다는 사실을 명념(銘念)하라는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시들고 말 풀과 꽃'이요 '허공으로 흩어질 티끌'이라는 것이 아닌가.

-해설 : 김종회 교수(문학평론가, 전 경희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