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포영장 집행 갈팡질팡… 역량미달 드러낸 공수처

입력 2025-01-06 18:48 수정 2025-01-06 23:48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경찰에 ‘윤석열 대통령 체포영장 집행을 모두 맡아 달라’는 공문을 보냈지만 경찰이 “법적 결함이 있다”고 거부하면서 수사에 혼선이 빚어졌다. 공수처는 결국 입장을 번복하고 1차 집행과 같은 식으로 경찰 지원을 받아 직접 재집행에 나서기로 했다. 윤 대통령 측이 ‘위법 수사’라며 체포영장 집행을 거부하는 가운데 수사기관끼리 불필요한 논란을 일으키면서 내란 수사가 답보 상태에 놓였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재승 공수처 차장은 “지난 5일 오후 9시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에 윤 대통령 체포영장 집행을 일임하는 내용의 공문을 발송했다”고 6일 오전 밝혔다. 이 차장은 “경찰의 영장 집행 전문성, 현장 지휘체계 통일성 등을 종합 고려할 때 경찰에 집행을 일임함으로써 보다 신속하고 효율적인 집행 절차를 도모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 측은 즉각 반발했다. 변호인인 윤갑근 변호사는 “무슨 공사 하청을 주느냐”며 “공수처에 수사지휘권이 없는데 어떻게 영장 집행을 이첩하느냐”고 했다.

경찰 국가수사본부 특별수사단도 공수처 지휘를 받아 영장 집행을 맡는 것은 ‘법적 결함’이 있다며 거부했다. 경찰은 2021년 검·경 수사권 조정 이후 검사가 영장 집행에 대해 사법경찰관을 지휘하는 것은 위법 소지가 있다고 판단했다.

공수처는 “자체 법리검토 결과 영장 집행 지휘권이 배제되지 않는다고 판단해 공문을 발송한 것”이라면서도 “논란의 소지를 남기지 않아야 한다는 점에서 국수본과 의견을 같이한다”고 입장을 선회했다. 공수처는 이날 서울서부지법에 체포영장을 재청구했다. 공조수사본부 체제하에서 경찰 특수단과 함께 영장을 재집행할 전망이다. 경찰도 영장 집행은 이전처럼 공조본 체제하에 진행될 것이라는 점을 명확히 했다.

경찰 관계자는 “체포영장 집행에 대해 공수처와 계속 협의하겠다”며 “(향후 재집행 때) 막아서는 대통령경호처 직원들 체포를 같이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법조계에선 윤 대통령이 법원의 체포영장에 ‘버티기’로 일관하는 건 문제지만 공수처가 불필요한 법적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공수처가 1차 체포영장 효력이 만료되는 마지막 날인 6일을 영장 집행 일임 논란으로 그냥 흘려보냈다는 비판도 나온다. 임지봉 서강대 로스쿨 교수는 “1차 영장 집행에 실패한 이유를 분석, 보완해 2차 집행에 들어갔어야 할 공수처가 영장 효력 마지막 날 집행을 경찰에 일임한 건 정말 무책임한 행태”라고 말했다.

신지호 신재희 기자 ps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