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마무리 앞두고 86% 이상 달성
고부가가치 산업, 中경제 핵심으로
지재권 침해 등 국제사회 우려 여전
트럼프 2기 출범에 봉쇄 강화 전망도
고부가가치 산업, 中경제 핵심으로
지재권 침해 등 국제사회 우려 여전
트럼프 2기 출범에 봉쇄 강화 전망도
중국이 2015년 선포한 ‘중국제조 2025’ 계획이 올해 마무리된다. 중국 국무원은 그해 5월 중국을 10년 안에 ‘세계의 공장’에서 ‘첨단제조 강국’으로 바꾸겠다는 야심 찬 목표를 제시했다.
당시 중국은 의류·가구·가전 등 저부가가치 제조업의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았다. 첨단기술이나 브랜드, 지식재산권이 없어 ‘세계의 하청 공장’에 가까웠다. 노동비용 상승과 세계적 경쟁 심화, 경제성장 둔화에 직면한 중국은 저부가가치 대량생산 모델이 지속 불가능하다고 판단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중국이 이 계획을 수립할 무렵, 도로의 자동차는 대부분 서구 자동차 회사에서 생산된 것이었고 하늘은 미국 보잉이나 유럽 에어버스가 만든 항공기가 지배했다. 수입 공작기계 없이는 공장을 운영할 수 없었고 컴퓨터와 휴대전화의 칩, 운영체제, 소프트웨어는 대부분 미국에서 조달됐다”고 짚었다.
중국제조 2025는 고부가가치 첨단기술 산업을 육성하는 중장기 산업 구조조정을 통해 중국을 산업 강국으로 발전시킨다는 전략이다. 국무원은 당시 “제조업은 국가를 세우는 근본이자 부흥시키는 도구이고 강국을 이루는 기반”이라며 10대 핵심 분야를 제시했다. 차세대 정보기술(IT), 고급 수치제어 공작기계와 로봇, 항공우주 장비, 해양공학 장비 및 첨단기술 선박, 첨단 철도교통 장비, 신에너지 차량, 전력 장비, 농업기계 장비, 신소재, 생물의약 및 고성능 의료기기다. 이들 분야는 빅데이터와 클라우드 컴퓨터 등의 신기술을 글로벌 제조 공급망에 통합하는 4차 산업혁명의 중심이었다.
미국 싱크탱크인 외교협회는 2019년 5월 발표한 보고서에서 “중국제조 2025는 국가주도 산업정책으로 정부 보조금을 투입하고 국영 기업을 동원하며 지식재산권 획득을 추구해 서구의 첨단산업 기술력을 따라잡는 것을 목표로 한다”고 짚었다. 이어 “미국과 다른 주요 산업화된 민주주의 국가들에는 이 전략이 국제무역 규칙을 어기는 것일 뿐만 아니라 안보 위험을 초래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미국도 이를 위협으로 간주하고 두 차례 관세 제재를 가했다. 2018년 본격화된 미·중 무역전쟁도 그 연장선상에 있다는 분석이 많다. 중국은 국제적 압력을 피하기 위해 ‘중국제조 2025’ 구호를 전면에서 거둬들였다. 리커창 전 국무원 총리는 2019년 봄 양회 개막 연설에서 2016년 이후 처음으로 이 구호를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
계획을 중단하거나 철회한 것은 아니었다. ‘중국제조 2025’는 2016년 제13차 5개년 계획과 2021년 제14차 5개년 계획을 통해 확장을 거듭했다. 최근에는 시진핑 국가주석이 강조하는 ‘신질생산력’ ‘고품질발전’ 개념을 통해 업그레이드됐다. 중국의 경제전략을 결정짓는 지난해 7월 제20기 중앙위원회 제3차 전체회의에선 “신질생산력을 통해 고품질발전에 더 큰 동력을 제공해야 한다”는 방향을 제시했다.
공식 언급에선 사라졌지만 실제로는 유효한 ‘중국제조 2025’는 어디까지 실현됐을까. SCMP는 지난해 4월 보도에서 중국제조 2025에 담긴 260개 이상의 정량적 지표 중 86% 이상이 달성됐다고 평가했다. 중국 정부가 국내 시장 점유율 목표로 제시한 신에너지차 90% 이상, 이동통신 장비 80%, 산업용 로봇 70% 등을 기준으로 평가한 것이다. SCMP는 “나머지 목표도 2025년까지 달성할 가능성이 크다. 전기차와 재생에너지 같은 분야에선 목표를 초과 달성했다”고 분석했다.
미국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 국무장관에 내정된 마코 루비오 상원의원도 지난해 9월 보고서를 내고 중국이 10대 핵심 분야 중 전기차, 에너지·발전, 조선업, 고속철도 등 4대 산업에서 세계적으로 선도적 위치에 올랐다고 분석했다. 항공우주, 생명공학, 첨단소재, 로봇·공작기계, 반도체 등 5대 산업에서도 목표에 근접했지만 농업기계 분야에선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고 평가했다.
외형적으로 화려한 성적표와 달리 핵심 기술에선 강제 기술 이전을 압박하는 등 여전히 대외 의존도가 높다는 비판도 나온다. 자유아시아방송은 “중국제조 2025는 외국 기업에 대한 차별적 대우, 강제 기술 이전, 지식재산권 침해 등으로 국제사회의 우려를 불러일으켰다”고 지적했다.
국가 재정을 투입해 여러 제조업에 대규모 보조금을 지급한 것도 문제를 낳았다. 중국 지방정부들은 산업발전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경쟁적으로 보조금을 늘려 해당 기업들을 과잉 생산과 가격 경쟁, 수익성 악화로 내몰았다. 국외에서도 중국의 보조금 지급과 과잉 생산, 밀어내기식 수출은 큰 반발을 불러왔다. 유럽연합과 미국 등은 대중국 관세 장벽을 높이는 것으로 맞섰다.
미국의 봉쇄와 견제에도 불구하고 중국의 첨단 제조업이 상당한 경쟁력을 확보한 것은 분명한 만큼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어떤 대응책을 내놓을지가 관심사다. 루비오 국무장관 내정자는 지난해 9월 워싱턴포스트 기고에서 “이 계획의 숨겨진 목표는 미국의 경제 패권을 약화시키고 이를 대체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미국이 전략경쟁 차원에서 대중국 기술 봉쇄를 훨씬 더 강화할 것임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베이징=송세영 특파원 sysoh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