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추기 vs 앞당기기’… 탄핵심판에도 정치색 칠하는 여야

입력 2025-01-06 18:48
권영세(왼쪽 두 번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6일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의 체포영장 집행에 대해 비판하고 있다. 오른쪽 사진은 국회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모습. 이병주 기자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헌법재판소 탄핵심판이 장외에서 여야의 이전투구장이 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이재명 대표 ‘사법 리스크’를 회피하기 위해 탄핵심판 진행을 어떡해서든 서두르려고 하는 반면, 국민의힘은 이 대표 재판 선고 이후로 탄핵심판을 늦추기 위해 온갖 지연책을 쓰는 모양새다. 헌정질서 회복의 장이 돼야 할 대통령 탄핵심판에 대해서도 여야가 당리당략만 앞세우며 정치색 칠하기에 몰두한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야당 의원들로 구성된 국회 탄핵소추단이 윤 대통령 탄핵소추 사유에서 형법상 내란죄를 제외한 것에 대해 여권에서는 탄핵 찬반 양측 모두 십자포화를 퍼부었다. 권영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6일 비대위회의에서 “민주당은 이 대표의 선거법 위반 2심 판결 전 조기 대선을 치르겠다는 목표 아래 정부·여당에 일방적인 내란 프레임을 씌우고 법치 파괴 행위를 불사하며 속도전을 내고 있다”고 주장했다. 탄핵 찬성파인 안철수 의원도 기자회견을 열고 “(내란죄 철회는) 국민을 기망하는 처사”라며 “국회에서 통과된 탄핵안은 원안대로 제출해 헌재에서 판단하도록 맡기는 것이 백번 옳다”고 강조했다.

앞서 민주당은 1차 탄핵안(지난달 7일 표결)에 담겼던 윤석열정부의 외교정책 등이 탄핵 사유가 되지 않고 탄핵심판 지연을 초래할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자 재발의한 탄핵안(같은 달 14일 표결)에서 비상계엄 관련 사항만 담았다. 그러다 윤 대통령의 체포영장 집행 거부 등으로 내란죄 수사가 장기화할 조짐이 나타나자 또다시 탄핵안 수정에 나섰는데, 국면마다 탄핵안을 수정하면서 정치적 논란을 자초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민주당 안에서도 “탄핵소추의결서에 굳이 안 써도 되는 불필요한 내용을 넣었던 것”(이소영 의원)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국민의힘 역시 탄핵 국면마다 정략에 따라 움직였다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않다. 비상계엄 이전에는 여당이 국회 추천 헌법재판관 추천을 촉구하고 야당이 미온적인 태도를 보였다면 계엄과 탄핵소추 이후에는 오히려 여당이 헌법재판관 임명에 어깃장을 놓았다. 2017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심판 때도 국회 재의결 없이 뇌물죄, 강요죄 등 형법상 범죄를 삭제했던 전례가 있음에도 국민의힘 4선 이상 중진들은 이날 헌재를 찾아 심리 중단을 요구하고, 우원식 국회의장에게도 탄핵안의 국회 재의결을 촉구했다.

민주당은 국민의힘의 이런 움직임을 ‘탄핵 방해’와 ‘시간 끌기’로 보고 공세 수위를 높였다. 전현희 민주당 최고위원은 “국민의힘이 적법한 탄핵심판 절차를 계속 방해한다면 내란선동죄에 더해 정당해산심판으로 역사의 뒤안길에 매장될 것”이라고 공격했다.

심경수 충남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여야 모두 헌법을 존중하기보다 아전인수식 태도로 일관하는데 이대로 가다가는 헌재 탄핵심판의 결론이 나와도 승복하지 않는 등 극심한 후유증에 시달릴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종선 이강민 기자 remembe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