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신사는 잘 나간다. 한때는 교복처럼 입혔고 여전히 ‘요즘 애들’ 패션의 기준이 된다. 입점 브랜드만 8000개 이상이고, 지난해 연말 할인행사에선 시작 이틀 만에 누적 판매액 1000억원을 기록했다.
높이 날수록 바람도 거센 법일까. 무신사는 논란의 중심에 서는 일도 잦다. 가품 이슈가 끊이지 않는 가운데 최근엔 패딩 충전재 혼용률 허위 기재로 비판을 받았다. 입점사 라퍼지스토어의 ‘덕다운 아르틱 후드 패딩’ 솜털 비율은 공지된 80%가 아닌 3%로 드러났다. 인템포무드에서도 유사한 문제로 전액 환불 조치가 이뤄졌다. 이에 무신사는 혼용률을 철저히 점검하고 조작 등 사실이 세 번 적발되면 퇴출하는 ‘삼진아웃’ 정책을 도입하기로 했다.
6일 새벽에는 쿠폰 오류로 한바탕 소동이 벌어졌다. 당첨자 20명에게만 지급해야 할 10만원 할인 쿠폰을 전체 회원에게 발송하면서다. 무신사는 시스템 오류라고 해명하며 회수 및 주문 취소로 수습했지만 원성을 피할 수는 없었다.
시스템 오류나 입점사의 허위 정보는 예기치 못한 일이라 볼 수 있다. 무신사 입장에서는 세간의 비판이 억울하게 느껴질지도 모른다. 운이 나빴던 것일 수도 있다.
그럼 이건 어떨까. 2019년 무신사의 광고는 많은 이들을 기함하게 했다. ‘책상을 탁 쳤더니 억하고 말라서’ 라는 문구가 문제였다. 고(故) 박종철 열사의 죽음을 연상시키는 이 문구는 양말 광고에 쓰였다. 1987년 남영동 대공분실에서 자행된 물고문에 대한 경찰의 변명을 패러디한 것이다.
이 광고는 최근 다시금 도마에 올랐다. 유튜버 ‘사우스 코리안 파크’와의 협업이 알려지면서다. 이 유튜브 채널은 12·3 비상계엄 사태를 희화화한 콘텐츠를 제작해 논란이 됐다. “계엄군 하기 싫어” “윤석열 잡기 놀이” “안 내면 이재명 가위바위보” 등의 대사로 심각한 상황을 우스개로 만들었다. 무신사는 계엄 희화화 논란 직후 팝업스토어 계획을 취소했다.
이런 논란은 우연이라고 볼 수 없고 운을 탓할 수도 없다. 무신사는 매번 즉시 사과했지만 빠른 대처가 모든 실수를 덮을 수도 없다. 광고와 협업이 대체 어떤 과정을 거쳐 최종 확정되는지, 콘텐츠 검토는 면밀히 이뤄졌는지 궁금하다.
무신사는 잘 나간다. 그러나 소비자는 “민감할 수 있는 내용”으로 “심려 끼쳐 죄송하다”는 말 대신 “윤리적인 측면을 간과했다”고 말하는 기업이 필요하다. 계엄은 재미의 소재가 될 수 없고, 시민항쟁은 자본의 소비재가 아니다. 요즘처럼 춥고 소란스러운 정국에서는 더욱 그렇다.
이다연 산업2부 기자 id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