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담 컸던 해외생활 미련없어… 게임 맥 짚는 해설 하고파”

입력 2025-01-08 00:00
프로게이머 ‘프린스’ 이채환이 현역에서 물러나 해설자로 변신한다. 5일 서울 LCK 아레나에서 국민일보와 만나 그동안의 소회를 밝히고 있다. 윤민섭 기자

리그 오브 레전드(LoL) 프로게이머 ‘프린스’ 이채환(24)이 마우스 대신 마이크를 잡는다. 그는 2018년 BBQ 올리버스에서 데뷔한 뒤로 줄곧 게임에만 매진했다. 최근 2년간 해외 리그에서 활동하고 미련 없이 은퇴를 결정했다. 이제 LoL 챔피언스 코리아(LCK)의 해설자로 팬들을 찾을 예정이다. 지난 5일 서울 LCK 아레나에서 그를 만나 은퇴 결심의 배경과 해설자로서의 포부를 들어봤다.

-현역 은퇴를 선언하고 해설자로 변신했다.

“최근 2년간 미국, 중국 등 해외 리그에서 활동했다. 성적이 나오지 않으니까 국내에서 활동할 때보다 받는 스트레스가 컸다. 정신적으로도 연소가 많이 됐다. 이런 마음가짐으로 프로 생활을 이어나가는 건 새 소속팀에 민폐일 것 같았다. 그런 와중에 LCK 측에서 중계진 합류를 제의해 오래 고민한 끝에 현역 은퇴를 결정했다. 선수 생활을 하는 동안 최선을 다했다. 다시 과거로 돌아가더라도 그때보다 더 열심히 할 수 없을 것이라고 확신하기에 미련 없이 결정할 수 있었다.”

-북미와 중국 무대에서의 연이은 부진이 은퇴 결심에 영향을 끼쳤나.

“2022년 겨울 북미 팀인 플라이퀘스트에서 나를 진심으로 원한다고 느껴서 이적했다. 스프링 시즌을 3등, 서머 시즌을 9등으로 마쳤다. 변명거리를 찾아보자면 연습 환경 등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결국 나를 핵심 선수로 여기고 짠 로스터였던 만큼 부진에도 내 책임이 크다고 생각한다. 작년엔 중국의 월드 엘리트에 입단했다. 한국인이 나 혼자다 보니 적응에 어려움이 많았다. 현역 선수들이 이 인터뷰를 본다면 ‘해외 진출은 만반의 준비를 하고 가야 한다’고 조언하고 싶다. 그렇게 선수 생활을 이어가고자 하는 열정이 많이 떨어진 상황이었는데 LCK에서 해설자 자리를 제안한 것이다. 아버지한테 좋은 목소리를 물려받았다고 생각한다. 객원 해설로 참여했을 때 시청자들의 반응도 좋았다. 재미있는 도전이 될 거라고 생각했다.”

-어떤 해설자가 되고 싶은지.

LCK 제공

“최근까지 현역으로 활동한 만큼 선수들의 생각을 잘 안다. 선수들의 움직임에 어떤 의도가 담겨있는지 파악해 전달하고 싶다. 장면에 대한 지엽적인 설명보다는 게임의 맥을 짚어주는 해설을 하고 싶다. 전투 상황에 대한 구도 분석과 선수들의 사전 설계 과정을 설명하고 싶다. 좋은 해설이 되기 위해 연구를 많이 하고 있다. 요즘엔 집에서 혼자 음 소거 상태로 경기를 보면서 중계 연습을 하고 있다.”

-내년 LCK를 예상해본다면.

“작년 3강이었던 T1, 젠지, 한화생명 세 팀은 올해도 3강을 구성할 것으로 예상한다. 선수들의 개인 커리어, 팀의 최근 성적 모두 뛰어나다. 프로팀의 로스터 구성은 연금술이다. 선수들이 시너지를 낼 수 있도록 조합해야 하기 때문이다. 3강 팀들은 금(金)만 넣고 항아리를 저었으니 당연히 금이 나올 확률이 높다. 중위권 싸움은 정말 치열할 것으로 본다.

LoL 월드 챔피언십 출전 경험이 많거나 우승해본 선수들이 여러 팀으로 흩어졌다. 게임에 대한 연구, 장점 파악과 선수단 조율에 따라 전혀 다른 성적표를 받게 될 것 같다. 중하위권 팀들의 로스터에 대격변이 일어난 것도 오랜만이다. 고착화됐던 LCK 순위권에 큰 변화가 생길 것으로 본다. 그동안 무림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던 고수의 등장, 몰락 가문의 화려한 부활에 팬들이 환호하게 되지 않을까.”

-눈 여겨 볼 팀은?

“OK 저축은행 브리온을 다크호스로 뽑고 싶다. 지난 연말 한국e스포츠협회가 주최한 KeSPA컵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1·2군 선수들이 섞여 나온 대회였지만 결국 우승을 했다는 건 특별한 무언가가 있어서다.”

윤민섭 기자 flam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