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기후에 배추·무값 2배 뛰어… 설 앞두고 사과·배도 ‘껑충’

입력 2025-01-07 03:01
6일 서울 한 대형마트 신선식품 코너에 무와 배추가 놓여 있다. 이날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지난 3일 기준 배추 1포기와 무 1개 가격은 각각 5027원과 3206원으로 지난해 대비 58.8%와 77.4% 올랐다. 뉴시스

20년째 김치 제조업체 ‘솜씨가’를 운영하는 김덕규(61) 대표는 요즘 하루가 다르게 오르는 재료 가격에 고민이 깊다. 배추 무 가격이 2배 이상 뛰면서 매출이 타격을 받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김 대표는 6일 “원래 이맘때면 배추 한 망에 아무리 비싸도 7000~8000원, 무는 1㎏에 350원 정도였는데 얼마 전 경매에 나가 보니 1만8000~2만원, 1000원 수준으로 각각 올랐다”며 “지금은 보관했던 것들로 김치를 담그는 시기인데 보관 비용에 인건비까지 생각하면 판매 김치 가격도 오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식당 거래처 중에는 ‘국산 김치를 쓰기 부담스럽다’며 우리와 거래를 잠깐 멈추고 중국산 김치를 사는 경우도 있다”고 했다.

이상기후 영향 등으로 농산물 과일 등 신선식품 물가가 평년보다 크게 오르고 있다. 특히 설 명절을 앞두고 사과, 배 등 명절 상에 오를 과일 물가가 크게 올라 가뜩이나 얇아진 소비자들의 지갑을 더욱 얇게 만들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배추 물가는 1년 전보다 26.4%, 무는 98.4% 올랐다. 배 물가도 1년 전보다 22.8% 뛰며 다시 오름폭을 확대하고 있고 사과도 지난달 133.29(2020년=100)로 1년 전보다 7.7% 하락했긴 하지만 지난해 10월(-20.0%) 이후 다시 하락 폭을 좁히고 있다.


농산물유통 종합정보시스템 ‘농넷’을 통해 경매 낙찰 가격을 비교해 봐도 마찬가지다. 이날 기준 10㎏ 망 배추는 가락시장에서 1만6811원에 낙찰됐다. 1년 전(5486원)보다 206.4% 뛴 가격이다. 20㎏짜리 무(3만5197원)도 1년 전(1만1160원)보다 215.4% 올랐다. 사과(부사) 10㎏(17만6457원)과 신고 배 15㎏(14만4742원)도 1년 전보다 각각 86.6%, 72.3% 올랐다. 채소 과일 등 신선식품은 지난해 여름철 폭염과 늦더위, 많은 비로 작황이 좋지 않은 영향이 이어지고 있다.

특히 사과와 배는 3주 앞으로 다가온 설 명절 대표 과일이라 물가 불안을 부채질할 가능성이 높다. 주부 정모(59)씨는 “명절이 얼마 남지 않아 과일 가격대를 둘러보려 마트에 갔었는데 지난해 이맘때를 생각하면 많이 오른 것 같다”며 “안 그래도 경기가 안 좋아 뭐든 가격이 조금만 올라도 부담인데 명절에 가까워져서도 가격이 이대로면 다른 과일로 대체해야 하나 싶다”고 말했다.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은 “배추, 무 수입과 봄 작형(作型) 재배면적 확대 등을 통해 시장에 물량이 부족하지 않도록 철저히 관리하겠다”며 “사재기, 가격 담합 등 불법 유통 행위가 적발되면 강력히 처벌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중장기적인 대책이 병행돼야 한다고 말한다.

석병훈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스마트팜 육성 등 기후위기에 맞서 농업 분야의 생산 안정성을 끌어올리는 정책도 고려돼야 한다”고 말했다.

세종=김윤 기자 kyo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