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6일 윤석열 대통령 체포영장 기한 만료일에 갑자기 영장 집행을 경찰에 넘기겠다고 하자 경찰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체포영장 집행 업무를 경찰에 일임한다는 공수처 공문에 ‘법적 결함’이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공수처가 입장을 철회하고 경찰이 영장 집행에 협조한다는 방침을 밝히면서 논란은 서둘러 봉합됐지만 경찰 내부에선 불만이 들끓었다. 공수처가 일방적으로 수사 지휘를 해선 안 된다는 지적이 쏟아졌다.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비상계엄 특별수사단은 “공조본 체제하에서 체포영장 집행에 관해 공수처와 계속 협의해 나가기로 했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 2차 집행도 1차 때와 유사하게 공수처와 경찰 특수단이 함께 진행하는 형식이 될 것이라는 게 특수단의 설명이다. 체포영장 집행 주체도 여전히 공수처라는 점을 강조했다. 특수단 관계자는 “체포영장 집행 등을 꾸준히 협의해 공조본 안에서 수사하겠다”고 말했다.
경찰은 공수처가 발송한 ‘체포영장 및 수색영장 집행지휘’ 공문에는 법률적 문제가 있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특수단 관계자는 “위법성 논란이 생길 것을 방지하기 위해 해당 공문을 접수해 시행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판단했다”며 “(법률적 위반 소지에 대해) 공수처도 인정했다”고 전했다.
경찰 내부에선 공수처를 향한 불만이 터져나왔다. 특히 경찰은 공수처가 경찰을 ‘지휘’한다는 표현에 불만을 표출했다. 2021년 검·경 수사권 조정 당시 수사 준칙에서 ‘검사의 구체적인 영장 지휘’ 규정이 삭제되면서 특별사법경찰관에 대한 영장 지휘만 가능할 뿐 경찰에 대한 영장 지휘를 규정하는 문구는 없어진 상태다.
공수처의 체포영장 집행 의지가 없다는 의구심도 제기됐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야당 간사인 윤건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날 국수본 관계자들과 면담한 뒤 기자들과 만나 “국수본이 공수처에 대해 ‘체포영장 집행 의지가 사실상 없었던 것 같다’고 평가했다”며 “경력 동원이나 체포영장 집행 계획을 세울 때 공수처가 성의 없는 태도를 보였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공수처와 경찰 간 협의도 원활하지 못한 것으로 파악됐다. 특수단 관계자는 “전반적인 수사 방향에 대한 협의는 있었지만 협의가 완료되지 않은 상황에서 공수처가 공문을 접수했다”며 “야간 시간대에 공문을 보내는 것은 예상 못했다”고 말했다. 공수처는 전날 오후 9시쯤 공문을 보냈고, 국수본은 이날 오전 7시 이를 접수했다.
신재희 기자 jsh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