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올해 처음으로 임직원들에게 당부한 메시지의 핵심 키워드는 ‘위기’와 ‘도전’이었다.
정 회장은 6일 경기도 고양 현대모터스튜디오에서 진행된 신년회에서 “위기가 없으면 낙관에 사로잡혀 안이해진다. 그건 어떤 외부 위기보다 우리를 위험하게 만든다”고 말했다. 정 회장은 “그런 점에서 외부로부터 자극은 오히려 우리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고도 했다. 경기 침체, 불안정한 정치 상황, 중국 전기차 기업의 공세, 미국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의 불안정성 등 다가온 위기에 위축되지 말라는 당부다. 이날 행사에는 임직원 200여명이 자리했다.
정 회장은 위기 극복의 저력은 언급했다. 그는 “우리에게 닥쳐올 도전들로 인해 비관주의적 태도에 빠지는 것 역시 경계해야 한다”며 “우린 항상 위기를 겪어왔고 훌륭하게 그 위기들을 극복해 왔으며, 위기 이후 더 강해졌다”고 강조했다. 올해 현대차그룹 최초로 외국인 최고경영자(CEO)를 선임한 것에 대해서는 “혁신을 향한 의지의 표현”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혁신을 향한 굳은 의지는 조직 내부를 넘어 외부로도 힘차게 뻗어 나가야 한다”고 당부했다.
신년회 라운드테이블에는 이례적으로 호세 무뇨스(현대자동차), 송호성(기아), 송창현(포티투닷), 이규복(현대글로비스), 정형진(현대캐피탈) 등 계열사 사장들과 그룹 주요 임원진이 총출동했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위기 상황에서 리더들이 직접 직원들에게 앞으로의 방향을 설명한다는 취지”라고 부연했다.
이날 행사에서는 양궁선수 전훈영이 등장하는 영상이 상영됐다. 전훈영은 지난해 파리올림픽 여자 양궁 단체전에서 금메달을 땄다. 전훈영은 “흔들림 없이 곧게만 날아가는 화살은 없다. 쉼 없는 뒤틀림과 몰아치는 바람을 견디며 자신의 궤도를 지켜내는 화살처럼 위기와 고난이 닥쳐도 하나가 되어 목표를 향해 나아갈 것”이라고 전했다. 불확실한 경영 상황에서 현대차그룹이 가져야 할 태도를 양궁선수가 쏜 화살에 비유한 것으로 풀이된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전훈영의 말엔 정 회장이 강조하고 싶은 메시지가 녹아있다”고 말했다.
이용상 기자 sotong203@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