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극초음속 추정 탄도미사일 발사… 트럼프 취임 앞두고 ‘美 떠보기’

입력 2025-01-06 18:50
시민들이 6일 서울역 대합실에서 북한의 미사일 도발 관련 뉴스를 지켜보고 있다. 북한은 이날 극초음속 미사일로 추정되는 탄도미사일을 동해상으로 시험 발사했다. 연합뉴스

북한이 6일 극초음속 미사일로 추정되는 탄도미사일을 동해상으로 발사했다. 약 2주 앞으로 다가온 도널드 트럼프 신행정부 출범에 맞춰 미국령 괌까지 타격할 수 있는 능력을 과시하며 미국 떠보기에 나섰다는 분석이 나왔다. 12·3 비상계엄과 탄핵 정국으로 대통령과 국방부 장관이 모두 대행 체재가 된 우리 정부의 안보 대응 능력을 시험하려는 의도도 담긴 것으로 관측된다.

합동참모본부에 따르면 군은 이날 낮 12시쯤 평양 일대에서 동해상으로 발사된 탄도미사일 1발을 포착했다. 탄도미사일은 1100여㎞를 비행한 후 동해상에 떨어진 것으로 파악됐다.

이번 발사는 기존 극초음속 미사일의 성능개량 시험일 가능성이 있다. 북한은 지난해 1월과 4월 고체연료 극초음속 미사일을 시험 발사했지만 당시 우리 정부는 “미완 단계”라고 평가했다. 이에 따라 북한이 국방력 발전 5개년 계획의 마지막 해에 맞춰 극초음속 미사일 성능 개선의 성과 내기에 나섰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동안 잠잠했던 북한이 연초를 도발 시점으로 정한 건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을 겨냥한 정치적 의도도 깔렸다는 분석이다. 이번 미사일 도발은 지난해 11월 5일 단거리 탄도미사일 발사 이후 2개월 만이다.

합참에 따르면 이번 미사일은 중거리급(사거리 3000~5500㎞) 엔진을 장착했지만 북한이 연료량 조절을 통해 사거리를 의도적으로 줄였다는 분석도 있다. 북한이 중거리급 탄도미사일의 엔진 성능을 완전히 활용하면 북한에서 남동쪽으로 3000㎞쯤 떨어진 미국령 괌 타격이 가능하다. 미국 신행정부 출범에 맞춰 존재감을 부각하되 수위는 조절한 셈이다.

일각에선 북한이 트럼프 측의 대응을 탐색하려는 목적도 담긴 것으로 본다. 군은 북한이 탄도미사일 시험발사 장소 인근에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에 쓰일 것으로 추정되는 이동식 발사대(TEL)를 운용 중인 정황도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북한이 트럼프 측의 반응을 봐가며 추가로 도발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계엄·탄핵으로 주요 안보라인이 모두 대행체제 상태가 된 우리 정부의 대응 능력을 살피려는 의도도 있어 보인다. 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 북한의 도발은 처음이다. 대통령실은 북한 탄도미사일 발사에 대응해 인성환 국가안보실 2차장 주재로 합동참모본부 등 관계기관과 안보상황점검회의를 열었다. 대통령실은 “북한 미사일 상황을 공유하고 향후 방안을 논의했다”며 “어떤 도발에도 대응할 수 있도록 만반의 태세를 유지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택현 박민지 이경원 기자 alley@kmib.co.kr